▶ 트럼프 행정명령 효력
▶ 28개주서 시행 파란불
▶ 캘리포니아 빠졌지만 합법비자 가정도 해당
▶ 한인들 ‘충격’ ‘우려’
연방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서명한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과 관련해 하급심 법원이 내린 전국적 효력 중단 결정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미국 내 28개 주에서는 트럼프 행정명령에 따른 출생시민권 제한 조치가 곧 시행될 가능성이 커져 이민자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연방 대법원은 지난 27일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의 찬성,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의 반대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출생시민권의 위헌 여부를 본격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며, 단일 하급심 법원의 가처분 효력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주까지 전국적으로 미칠 수 있느냐는 절차적 쟁점에 초점을 맞췄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불법체류자이거나 영주권을 취득하지 못한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출생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불법체류 중이거나 일시적 합법 체류자이고, 아버지가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가 아닌 경우에도 적용된다.
민주당 주지사가 이끄는 캘리포니아 등 22개 주와 워싱턴 DC는 이 명령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 하급심 법원이 행정명령의 효력을 일시 중단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텍사스, 플로리다, 조지아 등 28개 공화당 주에서는 1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행정명령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 판결은 한인 등 이민자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한인 밀집 주들이 대상에서 빠지긴 했지만, 트럼프 행정명령은 불체 신분 이민자들은 물론 취업비자나 학생비자, 주재원비자 소지자 등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 중이지만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들에 해당돼, 미국내 출생 자녀의 자동 시민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지아주에서 취업비자로 거주 중인 윤모(35)씨는 “아이가 몇 달 뒤 태어나는데, 트럼프 정책 때문에 시민권을 못 받는다는 얘기를 들으니 앞이 막막하다”며 “시민권 없이 아이가 자라면 교육과 의료, 체류 신분 모두 불안해진다”고 걱정했다. LA에서 영주권자인 남편과 거주하는 최모(27)씨도 “법원 결정이 당장은 우리 주에 해당하지 않아도 앞으로 또 어떤 정책이 나올지 두렵다”며 “출산 계획조차 쉽게 세울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인 이민법 변호사들은 이번 판결이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승리이긴 하지만,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는 조치 자체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연방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모든 사람은 미국과 거주 주의 시민”이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환 이민법 변호사는 “헌법에 근거한 권리를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박탈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일부 주에서 시행되더라도 당사자들이 개별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정책 자체가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거대한 승리”라고 자평하며 반이민 정서를 자극하는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또 어떤 제한 조치가 나올지 모르겠다”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한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어렵게 이민을 준비해 정착했는데, 자녀에게 최소한의 신분조차 보장할 수 없게 될까 두렵다”, “이럴 줄 알았으면 출산을 미루는 건데”, “변호사 상담을 받아야 하나” 등 우려의 글들이 급증하고 있다. 법조계는 “출생시민권 제한의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라면서도, 한동안 한인들을 비롯한 이민자들의 불안과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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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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