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시내 주거지에 중밀도 개발의 문이 열리면서 '단독주택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30일부터 워싱턴주 주택법 HB-1110이 시행되면서 기존 단독주택 필지에 최대 4채, 일부는 6채까지 주택 건축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단숨에 주택이 쏟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시애틀시 관할 전체 주거용 토지의 약 75%는 한 세대용 주택(단독주택)만 허용해왔다. 사실상 저소득층과 임차인의 진입을 막아온 구조다. 지난 2019년부터 소규모로 추가 보조주택(ADU: Accessory Dwelling Unit)을 허용했지만, 이번에는 그 틀을 완전히 깼다.
기존에는 단독주택+보조주택2채 등 전체적으로 최대 3채까지 허용됐으나 앞으로는 한 필지에 기본 4채에다 대중교통 접근성 또는 저가주택 포함시 최대 6채가 신축이 가능해진 것이다. 형태는 듀플렉스, 타운홈, 단독형 코티지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이같은 주택건축 완화 조치에다 실제 건축 현장은 조용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2024년 1분기 기준 신규 주택 허가 건수는 2020년 대비 60% 급감했다. 아파트 허가는 80% 감소, 타운홈 허가는 60% 감소한 것이다.
고금리에다 자재비 상승은 물론 소비자 주택구매력 저하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역 건설업자 캐머런 매키넌은 “우리도, 소비자도 지금은 모두 부담스럽다. 기뻐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즉시 도시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건축 허가부터 설계, 착공, 완공까지 통상 1~2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건축가 맷 허친스는 “시애틀의 도시 구조가 급격히 변하진 않을 것”이라며 “지난 15년간 변화 속도와 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변화의 조짐도 감지된다. 일부 개발업자들은 “이제는 지구 단위계획이 더는 장애물이 아니다”라며 주택 4채 건설을 목표로 필지를 매입하고 있다.
특히 시애틀시내 가운데 발라드, 프리몬트, 캐피탈힐, 월링포드 등 저층 주거지 주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타운홈 대신, 벽체를 공유하지 않는 ‘코티지형’ 단독주택도 주목을 받는다.
대부분의 타운홈은 시의 저소득층 기여금 규제를 받기 때문에 오히려 코티지형 주택이 더 선호된다는 분석이다.
기존 단독주택 시장은 크고 비싼 주택과 너무 작은 뒷마당 주택만 존재해 실수요자들의 선택지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매키넌은 “자녀 키우는 30~40대들이 원하는 중간 크기의 주택 공급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형 아파트나 콘도는 여전히 규제에 막혀 대량 공급은 어려운 구조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개발 규제 완화를 넘어 ‘단독주택 중심 도시’라는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