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방 124일 만에 다시 ‘영어의 몸’…전·현직 대통령으로 첫 두차례 구속
▶ 국정농단특검 수사 이끈 특수통 검사 출신…권력 정점에서 구속 피의자로
▶ 공수처, 내란수괴 혐의로 첫 구속…내란특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구속

(서울=연합뉴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5.7.9 [사진공동취재단]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로 한차례 구속됐다 풀려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0일(이하 한국시간) 두 번째 구속영장 발부로 석방 124일 만에 재구속됐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규명하고자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을 지낸 특수통 검사 출신 윤 전 대통령은 조은석 내란특검팀의 구속영장에 다시 '영어의 몸' 신세가 됐다.
지난 1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처음 구속됐을 당시 현직 대통령 신분이던 그는 검찰의 구속기간 산정 방식을 문제 삼으면서 구금 51일 만에 구속취소 결정을 받아냈다.
하지만 지난 4월 탄핵 이후 민간인 신분이 된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형사 불소추 특권이란 보호막을 잃었고, 이날 직권남용,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재차 구속됐다.
국가 원수의 지위에 있던 윤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라는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것은 작년 12월 3일 밤 기습 선포한 '12·3 비상계엄'이 발단이 됐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정치활동 금지' 등 위헌적 내용이 담긴 포고령이 발표됐고, 무장 군인과 경찰 수천 명이 동원돼 국회를 봉쇄했다.
하지만 국회는 이튿날인 4일 새벽 1시 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했고, 윤 전 대통령은 결국 같은 날 오전 4시 27분께 계엄 해제를 선포하면서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이후부터 수사기관이 경쟁적으로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계엄 사흘만인 12월 6일 박세현 서울고검장을 필두로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윤 전 대통령 수사에 착수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수사를 개시했다.
현직 대통령은 형사 불소추 특권이 있지만, 내란·외환죄는 예외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적용됐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했다고 항변하면서 검찰과 공수처의 출석요구에 모두 불응하고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세 차례의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두 차례의 체포 시도 끝에 1월 15일 한남동 관저에서 현직 대통령 신분이던 윤 전 대통령을 체포했다.
이어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서울서부지법이 발부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1월 19일 결국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이 구속된 첫 사례였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 전 대통령은 구속 상태로 계속 1심 재판을 받는 듯했으나, 법원이 3월 7일 전격 구속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반전을 맞았다.
검찰의 구속기간 산정이 잘못됐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결국 구금된 지 52일 만인 3월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윤 전 대통령은 불구속 상태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았다. 헌재는 4월 4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만장일치로 탄핵을 결정했다.
조기 대선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내란특검·김건희특검·순직해병특검 등 '3대 특검'을 임명했다.
이후 조은석 특검이 이끄는 내란특검팀은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들과 경호처 간부들을 줄줄이 소환해 국무회의 계엄 심의권 방해와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 및 폐기, 비화폰 증거인멸 등 윤 전 대통령 혐의를 집중적으로 수사했다.
내란특검팀은 지난달 28일과 이달 5일 두차례에 걸쳐 윤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했고,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결국 윤 전 대통령을 재구속하기에 이르렀다.
잘 나가던 대표적 특수부 검사에서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외압 폭로 이후 징계받고 고검 검사로 한직을 돌던 윤 전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으로 활약하며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등을 구속 기소했다. 이는 변방 생활을 끝내고 부활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를 발판 삼아 문재인 정부에서 검사장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직 상승했고, 다시 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이례적으로 직행했다.
통상 수사의 중립성 등을 고려할 때 중요 사건 수사를 이끌던 중앙지검장을 곧장 검찰 총수인 총장으로 앉히는 것은 금기시돼왔지만 윤 전 대통령은 예외에 예외의 길을 걸었다. 이후 '조국 수사'로 정권과 극한 갈등을 겪다가 국민의힘 후보로 대선에 출마했고 결국 2022년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권력의 정점에 섰다.
특검 수사팀장으로 현직 대통령을 수사하던 그는 9년 뒤 대통령 재직 때 자행한 범죄 혐의로 또 다른 특검으로부터 구속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