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서울 구로구 소재 고대구로병원에서 만난 최의경 신생아중환자실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이 이른둥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제공]
“신생아 중환자실 비용은 정부 지원으로 부담이 덜하지만 문제는 퇴원 이후에요. 부모가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하다 보니, 부모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돌보다가 몇 년 지나면 가정 자체가 깨져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달 3일 서울 구로구 고대구로병원에서 만난 최의경 신생아중환자실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출산연령이 늦어지면서 이른둥이가 많이 태어나는 만큼 여기에 걸맞은 의료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른둥이는 체중이 2.5㎏ 미만이나, 재태 기간(태아가 엄마 몸에 머무는 기간, 37~42주가 정상)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신생아를 말한다. 최 교수는 “이른둥이라도 태어난 때를 기준으로 예방접종을 하고, 가급적이면 6개월 이상은 완전 모유 수유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른둥이 출산 추세가 어떤가요.“한 해에 약 24만 명이 태어나요. 10년 전에는 신생아 수가 거의 50만 명이었고요. 태어나는 아이 수가 절반으로 줄었으니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 환자도 반으로 줄어야 하는데, 여전히 신생아 중환자실은 이른둥이를 포함한 아이들이 많이 옵니다.”
-이른둥이 출산이 증가하는 이유가 있습니까.“결혼·출산 연령이 늦어진 영향이 큽니다. 임신이 잘 안 되니까 시험관아기를 많이 하는데, 시험관아기 시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2개 이상의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다 보니 다태아 가능성이 높아져요. 엄마 자궁에서 2명 이상을 키워야 하니 조산할 확률도 커지는 거죠. 또 산모가 고령이다 보니 고혈압을 앓고 있거나, 암을 앓았던 적 있는 등 기저질환을 가진 상태로 임신하는 경우가 많아요. 산모의 치료 때문에 아이를 조기 분만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조기 분만하는 원인이 있나요.“대표적인 건 임신중독증이에요. 임신중독증이 심하면 태반을 통한 산소와 영양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태아 성장에 지장이 생기고 산모에게는 고혈압, 간 기능 이상, 경련 등이 나타날 수 있어요. 그래서 산모와 태아 모두 위험한 상황일 경우엔 조기 분만을 결정합니다.”
-이른둥이가 앓기 쉬운 질환이 있나요.“이른둥이는 모든 장기가 미성숙한 채로 태어나기 때문에 여러 질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폐에 생기는 질환인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이에요. 폐포를 둘러싼 세포에서 계면활성제를 충분히 분비해야 폐포가 찌그러지지 않고 잘 펴져서 호흡이 가능한데, 이른둥이는 폐가 아직 덜 성숙해 계면활성제 분비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폐포가 찌그러지고 호흡하기 어렵게 돼요.”
-폐 이외에 신경 써서 볼 부분은 어디가 있습니까.
“폐 다음에는 뇌가 중요합니다. 1,500g 미만으로 태어난 아이 10명 중 1명에게서 뇌출혈이 발생해요. 뇌성마비와 관련된 백질연화증은 그 비율이 5% 정도 됩니다. 만삭으로 태어난 아이에게서 백질연화증이 나타날 비율(0.5%)보다 10배 정도 높은 거죠. 눈 관련해서는 미숙아 망막증으로 약시·사시 같은 시각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청력 저하가 있는 경우엔 인공 와우(달팽이관)를 이식하기도 합니다.”
-극소 저체중(1,500g 미만) 출생아가 아닌 경우엔 어떻습니까.“극소 저체중 출생아의 생존율은 약 89%에요. 태어나서 중환자실을 거쳐 집에 갈 때까지 10명 중 1명 정도는 사망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태어나는 23만 명 중 3만 명 정도가 이른둥이고, 그중 2,000명 정도가 극소 저체중아예요. 체중이 1,500g 이상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발달 여부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재활 치료가 필요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건강하고 큰 문제없이 자랄 수 있어요.”
-이른둥이에겐 모유, 분유 중 무엇을 추천하십니까.“미숙아 분유가 있지만 모유가 더 좋아요. 미숙아의 괴사성 장염을 예방하는 방법은 모유밖에 없어요. 모유를 먹일 경우 발생률을 30% 가까이 줄일 수 있습니다. 괴사성 장염에 걸리면 괴사된 부분을 잘라내야 합니다. 아이가 평생을 장이 짧은 상태로 살아야 하고, 그로 인해 여러 합병증까지 생기거든요. 분유랑 섞여 먹이는 혼합 수유보단, 최소 6개월은 모유만 먹이는 완전 모유 수유가 효과가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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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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