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산물 포함 2차례 ‘수정 제안’에도 미국 추가양보 압박 관측
▶ 투자·농산물·디지털 등 쟁점…30∼31일 막판 ‘기회의 창’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7.25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미 관세 협상 시한인 8월 1일이 불과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미 양국이 막판 고위급 협상을 집중적으로 벌여나가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 측 관심사를 수용해 민감한 농축산물 분야를 포함해 당초 제안보다 진전된 수정 제안을 제시했지만, 미국 측은 더 큰 양보를 요구하면서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경쟁국으로 여겨진 일본이 먼저 5천500억달러(약 760조원)에 달하는 종합 투자 패키지 약속을 지렛대 삼아 상호관세에 자동차 품목 관세 인하까지 먼저 받아낸 상황으로, 한국 협상단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미국의 궁극적 목표가 제조업 부흥인 만큼 정부는 미국이 절실한 조선을 포함한 산업 협력 카드가 협상 타결에 촉매가 될 것으로 보고 막판 대미 설득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 '농산물 레드라인'서도 한발 물러난 한국…한미 추가접근 시도
27일(한국시간) 통상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간 24∼25일(미국시간) 이틀 연속 협상이 극적 타결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양국 산업장관은 24일 워싱턴DC 상무부 청사에서 협상을 벌인 뒤 25일 뉴욕 러트닉 장관 자택으로 장소를 옮겨 이틀째 협상을 했다. 러트닉 장관은 앞서 미일 간 잠정 합의안이 도출된 뒤 일본 대표단을 자택으로 초대한 전례가 있었다.
이번 협상은 실질적으로 양국 전체 정부 간 협상 성격이 강했다.
실제로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 간 협상이 열린 24일과 25일에는 대통령실에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등 대통령실 3실장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한 통상대책회의가 연이틀 열렸다.
김 장관이 24일 회동에서 미국 측에 진전된 수정 제안을 제시했지만 상대 측의 추가 요구가 여전했고, 대통령실 회의에서 미국의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지 논의한 뒤 추가 대안을 마련해 25일 러트닉 장관 자택 회동에서 다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국 측은 '레드라인'으로 분류했던 일부 농산물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협상 품목 안에 농산물이 포함돼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과 진행해온 무역 협상과 관련해 처음으로 "생산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미국 역시 주요 교역국인 한국과 합의 도출에 긍정적 태도를 내비쳤다.
한미 양국이 상당한 추가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러트닉 장관 자택 회동은 결국 합의 도출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미국 측은 한국의 거듭된 수정 제안에도 더욱 진전된 제안을 마련해달라는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러트닉 장관 자택)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내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후 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추가로 예정된 공식 일정 없이 일정을 연장해 미국 현지에 계속 머무르면서 협상 국면 변화에 대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 극적 타결 위한 협상 동력 살려내…조선 앞세운 '한국식 해법' 통할까
미국 측은 그간 한미 협상 과정에서 농산물, 디지털, 자동차 3개 분야에서 한국에 특히 큰 압력을 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고기, 쌀 등 농산물의 경우 특히 미국이 요구가 강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협상 사정에 밝은 인사는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규제의 경우 그간 미국이 한국에 불만을 제시했다는 식으로 알려졌는데, (요구 강도가) 더 심했다"고 전했다.
농민들은 미국의 러스트 벨트 노동자 계층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하게 여기는 지지층인 만큼, 미국 정부는 농산물 분야에서 한국의 구체적 양보를 끌어내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미국과 합의한 대부분 국가가 농산물 분야에서 구매 확대, 시장 개방 등의 약속을 한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최근 일본이 직접 투자·대출·보증이 섞인 5천500억달러 투자 패키지 약속을 해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당초 한국은 주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1천억달러 이상의 제조업 직접 투자 카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은 이와 별개로 일본처럼 미국 제조업 부흥을 위해 투입될 재원 마련에 동참하라는 요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우선 협상 타결 등으로 한국이 압력에 노출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이 초대형 투자 약속을 통해 관세 인하를 끌어낸 일본의 모델을 그래도 답습하기보다는 조선 산업 등 한국이 가진 지렛대를 활용해 한국만의 '창의적 해법'을 찾아나갈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과의 신냉전 와중에 제조업 부흥과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을 이뤄나가고자 하는 미국은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해나갈 파트너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중국과 전략 경쟁 와중에 미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조선을 비롯해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산업 전반에 걸쳐 직접 투자에서 현지 인력 양성에 이르는 산업 협력 패키지를 제안하면서 한국이 대체 불가한 '제조 동맹'임을 강조하면서 '포지티브 섬'(상호 이익)의 합의를 도출하자고 설득하는 데 주력 중이다.
대통령실은 26일(한국시간)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의 협상에 관한 보도자료에서 "미 측의 조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하고, 양국 간 조선 협력을 포함한 상호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내주 방미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협상하기로 하고, 조현 외교부 장관도 워싱턴DC를 방문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면담하기로 하는 등 막판 총력 협상의 동력은 일단 살려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남은 협상 시한이 촉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EU와의 무역 담판, 미중 무역 협상을 위해 모두 유럽으로 떠났거나 떠날 예정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한 뒤인 30∼31일 이틀이 대한국 25% 상호관세 발효 전 마지막 협상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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