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하늘나라로 떠나는 친구들이 부쩍 늘어났다. 지난달 또 고교동창 한 명이 갔다. 올해 8명째요 매달 한명꼴이다. 100m 경주를 뛰다가 80m를 통과한 후 주저앉은 모양새다. 우리 7080세대엔 ‘100세 인생시대’란 말이 허구다. 지금 6살 꼬마들이라도 100명중 남자아이는 1.8명, 여자아이는 5.1명만 100살까지 살게 될 것이라는 연구보고서가 있다.
누구나 늙으면 죽는다. 내 또래 ‘옥토제내리언’(80대) 가운데서 사망자가 많이 나오는 건 자연의 이치다. 한국에선 지난 2023년 전체 사망자 35만2,500여명 중 절반 이상(54%)이 80세 이상이었다. 10년 전에 비해 거의 17% 증가했다. 인구고령화가 지속되면 그 비율이 더 커질 터이다. 100세 경주를 뛰는 80대 중 완주자보다 중도 탈락자가 훨씬 많아진다.
한국의 100세 경주 완주자(‘센티내리언’)는 지난해 8,737명(남 1,582명, 여 7,155명)이었다. 한국보다 인구가 훨씬 많고 오래전 초 고령사회가 된 일본의 100세 이상 노인은 9만5,119명을 헤아린다. 그중 88.3%가 여성이다. 이미 1998년에 1만명 선을 돌파했다. 미국에선 110세 이상 노인을 지칭하는 ‘수퍼 센티내리언’이 지난 2015년 110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세계 최고령자는 브라질의 이나 카나바호(117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이토오카 도미코(116세)를 승계했다. 그 전엔 스페인의 브라냐스 모레라(117세)였다. 미국의 최고령자는 나오미 화이트헤드(114세, 펜실베니아)다. 모두 할머니들이다. 한국에선 호적 상 119세~ 132세 주민이 18명이나 됐지만 출생기록의 신빙성이 문제돼 공인되지 못했다.
성경의 고대인들은 거의 1,000년을 살았다. 첫 인간 아담은 930년, 그의 7대손인 므두셀라는 969년(최장수 기록), 9대손인 노아는 950년을 각각 살았다. 하지만 인간의 타락상에 실망한 하나님은 그 후 사람 나이를 120세로 제한해버렸다. 이스라엘 민족의 해방영웅 모세도 120살을 못 넘겼다. 유대인들이 성군으로 떠받드는 다윗은 고작 70살에 ‘요절’했다.
모세의 형 아론은 123살에 죽었다. 늙어서 자연사한 게 아니다. 사망 당일 험난한 ‘호르 산’을 등반할 정도로 멀쩡했다. 그 산 꼭대기에서 하나님이 돌연 그의 목숨을 거둬갔다. 모세도 제 명에 죽지 못했다. 여호와가 그의 혼을 거두고 시신을 은밀한 곳에 묻었다. 죄 많은 출애굽 1세대들은 한 명도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하나님의 철저한 징계 탓이다.
모세와 아론은 장수할 만 했다. 40년간 천사표 다이어트 음식인 ‘만나’만 먹고 살았다. 저절로 떨어져 땅을 뒤덮는 메추라기에서 단백질을, 사막의 땡볕에서 비타민-D를 보충했다. 원래 이들의 나이는 한달을 28일, 1년을 10개월로 정한 고대월력을 근거로 했다는 반론도 있다. 현대월력으로 환산하면 모세의 실제 나이는 92세란다. 그렇더라도 그 나이는 장수다.
올해 고인이 된 옥토제내리언이 많다. 88세에 선종한 프란시스코 교황을 가수 카니 프란시스(‘나의 행복’)가 87세로 뒤따랐다. 한명숙(‘노란 샤쓰의 사나이’)이 89세, 트리오 ‘피터, 폴 & 매리’의 피터 얘로우(‘요술쟁이 용 팝’)가 86세, 로베르타 플랙(‘그대 얼굴을 처음 봤을 때’)이 88세로 사망했다. 배우 이주실과 MC 이상용(‘뽀빠이’)은 팔순을 넘기자마자 갔다.
나도 100세 경주를 완주한다는 보장이 없다. 하지만 그 절반정도(56세)를 뛰고 탈락한 아브라함 링컨은 “중요한 건 나이의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에 담긴 삶”이라고 했다. 한국의 가장 저명한 센티내리언인 김형석 교수(105세)는 60~75세 때가 가장 행복했었다고 술회한다. 현존 최장수 기네스기록은 프랑스 여성 잔 루이즈 칼망의 122세이다. 어차피 ‘넘사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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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춘 전 시애틀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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