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빗 김 판사 돌연 해임
▶ 높은 망명인용률 사유 추정
▶ 트럼프 이민정책 비판한
▶ 다른 소수계 판사도 해고
한인 최초로 이민법원 판사로 임용됐던 한인 법조인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최근 이민법원에서 돌연 해임된 사실이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한 반이민 정책 기조 속에서 이민법원을 대대적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조치로 해석되며, 법조계와 이민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뉴욕 맨해튼 연방 이민법원에서 재직해온 데이빗 김(한국명 김광수) 판사는 이달 초 망명 신청 사건 심리를 진행하던 중 해임 통보 이메일을 받고 즉시 재판을 중단했다. 김 판사는 이후 소셜미디어에 “내가 더 이상 이민법원 판사가 아님을 알리게 되어 매우 슬프다”며 “40년 이상 일하면서 처음 해고를 당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판사는 서울에서 태어나 1983년 도미, 에모리대 물리·철학 복수 전공을 거쳐 웨스트 버지니아 행정대학원과 브루클린 로스쿨을 졸업했다. 뉴욕 퀸즈 플러싱에서 이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11년 연속 ‘뉴욕 메트로 수퍼 변호사’에 선정됐고, 2021년에는 최고 등급 이민변호사로 뽑히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2022년 10월 메릭 갈랜드 연방 법무부 장관에 의해 이민판사로 임명돼 맨해튼 연방 이민법원에서 근무해왔다.
현지 독립언론 매체 ‘더 시티’에 따르면 김 판사의 해임 사유는 공식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김 판사가 뉴욕 이민판사 중 망명 신청 인용률이 가장 높았다는 점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민자 보호에 비교적 관대한 판결이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수백 명의 군사법원 판사를 이민법원으로 재배치하면서 동시에 경험 많은 이민판사 수백 명을 해임하거나 사직을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부는 370만 건을 넘는 이민 소송 적체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군판사들이 이민 관련 경험이 거의 없어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민판사 노조를 대변하는 국제전문기술노동자연맹 관계자는 “군판사들에게 단 2주 훈련만 시켜 수년간 경험을 쌓아온 이민판사들을 대체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항소 급증과 적체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판사와 함께 해임된 카르멘 마리아 레이 칼다스 판사 역시 스페인 출신 이민자로, 과거 이민자 옹호 활동 경력 때문에 보수 진영의 비판을 받아왔다. 두 사람 모두 임용 후 2년의 수습 기간을 이미 넘긴 상태여서 일반적 해임 사유가 없었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 판사는 “경험 많은 이민판사들을 계속 해임하면서 어떻게 적체를 줄이겠다는 것이냐”며 “결국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16세 때 미국으로 이민 와 이 나라를 내 조국으로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너무 달라졌다”며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사법 독립의 근간을 흔드는 시그널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레이 칼다스 전 판사는 “이것이 이민판사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앞으로는 사법 독립의 외피조차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인사회는 첫 한인 이민법원 판사로 기대를 모았던 데이빗 김 판사의 해임 소식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민 변호사 출신으로 커뮤니티와 긴밀히 호흡해온 그의 경력과 성과를 고려할 때 이번 조치가 단순한 행정적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이번 해임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기조와 맞물려 이민법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둘러싼 논쟁을 더욱 가열시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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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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