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과 중심 대학 분석
▶ ‘미래 리스크’ 점검
▶ 뜨는‘리버럴 아츠’
▶ ‘간판’ 보다 ‘적합성’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대학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예산 삭감에 따른 각 대학의 프로그램 축소가 잇따르는 가운데 대학 선택 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로이터]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과 학부모에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스트레스가 큰 시기다. 학문적 적합성, 학비, 졸업 후 진로 전망을 따지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의 재정 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 각 대학 프로그램에 대한 존폐 전망까지 고민해야 한다. 이는 정치적 요소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워크(Woke)’ 대학, 연방 연구비, 외국인 학생에 대한 공격이 특정 대학에 미칠 영향 등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트럼프 시대의 변수가 커지는 가운데,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미국 최고의 대학’ 순위를 통해 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적합한 대학 선택 방법을 제시했다.
■ 성과 중심으로 대학 분석포브스는 2008년부터 학문적 성취, 재정 건전성, 진로 성과에 기반을 둔 미국 대학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순위 기준에는 졸업생 연봉, 졸업생이 비즈니스·과학·정부·예술 분야에서 이룬 업적 등도 포함된다. 2021년부터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 대학에 가산점이 적용되고 있다.
졸업생 네트워크와 대학 브랜드도 인턴십과 취업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졸업생이라면 대학입학표준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이고, 고난도 수업을 이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입시 컨설팅 업체 ‘아이비 링크’(Ivy Link) 아담 응우옌 설립자는 “고액 자산가 고객들은 정치 상황과 자녀 교육에 대한 장기적 투자 수익률, 즉 대학 브랜드가 주는 평생 가치를 중요하게 본다”라며 “물론 대학에서의 4년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의 경력과 인생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가 중요한 대학 선택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부모의 재정 지원 없이 스스로 진로를 개척해야 하는 학생들은 ‘투자 대비 수익’(Return on Investment·ROI)을 더욱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해야 한다. 성과 중심으로 대학을 분석하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지역 내 고용시장에서 인정받는 대학을 찾아낼 수 있다.
■ 재정지원 후 ‘순 등록금’ 확인ROI 순위 상위 5개 대학 중 프린스턴대학교(전체 3위)가 포함됐다. 프린스턴대의 올해 등록금은 연간 약 6만5,210달러다. 기숙사·식비·교재비·개인비용 등을 포함한 ‘총 예상 학비’(Cost of Attendance·COA)는 약 9만718달러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폭넓은 재정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실질적인 학비 부담을 대폭 낮추고 있고, 졸업 시 학자금 대출을 보유한 학생 비율도 매우 낮다. 프린스턴대는 올해 신입생 기준, 가계소득이 15만 달러 이하인 대부분 가정엔 전액 지원, 25만 달러 이하 가정엔 등록금을 전액 면제한다. 또 올해 입학생의 25%는 연방정부의 펠 그랜트 수혜 대상인 저소득층 가정 출신이다. 프린스턴이 이런 지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학생 1인당 기준으로 미국 내 최대 규모의 기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 교육기관 칼리지보드에 따르면, 2024~25학년도 기준 미국의 4년제 사립대학들은 평균 등록금 및 수업료는 4만3,350달러로 공시됐다. 하지만 연방·주정부 및 학교 자체 지원금을 반영한 실제 평균 순 등록금은 1만6,510달러로, ‘공시 금액’(스티커 프라이스)에서 약 62% ‘할인’된 금액이다. 기타 비용을 포함한 COA는 평균 6만2,990달러지만, 실질 부담액은 3만6,150달러로, 약 절반 수준이다.
■ 대학 환경 급변…‘미래 리스크’ 점검앞으로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는 대학의 현재와 미래 전망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수년 전부터 예고된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학교육 정책 변화도 주시할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방 연구비 대폭 삭감을 단행하며 각 주의 주요 대학들을 재정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대학에는 하버드(6위), 펜실베이니아대(10위), 코넬대(14위), UCLA(15위), 노스웨스턴대(16위) 등이 포함된다. 7월 ‘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로 상위권 명문대의 재정 상황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이 법안은 대학원생 대상 연방 학자금 대출을 대폭 축소하고, 프린스턴·예일(9위)·MIT·스탠퍼드(4위)·하버드 등 대형 사립 연구중심 대학들의 기금 수익에 대한 세금을 인상해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올해 성과 중심 순위에서 2위에 오른 컬럼비아대학은 트럼프 행정부의 교육 정책으로 인해 명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컬럼비아대는 연방정부가 동결한 1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 및 기금을 받기 위해, 2억2,100만 달러에 달하는 벌금 납부, 유학생 정보 제공 확대, 다양성 프로그램 종료, 외부 감시인 수용 등 여러 조건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올해 입시에서 컬럼비아대는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들과 달리 지원자 수가 소폭 감소, 합격률은 약 4.3%로 소폭 상승했다.
OBBBA는 또 메디케이드 예산을 대폭 삭감해, 향후 각 주 정부의 재정에도 타격을 줄 전망이다. 그 여파는 주립대 지원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여러 주에서 대학 구조조정과 통폐합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타주는 자체 지침에 따라 학생 수가 적고 취업 연결성이 낮은 전공을 폐지하도록 하면서, 주립대 8곳에서 총 271개 학위 및 수료 프로그램이 중단된 상태다.
■ ‘리버럴 아츠 칼리지’ 전망 밝아트럼프 행정부의 연구 예산 삭감과 OBBBA 학자금 대출 축소가 박사과정 학생 수의 감소, 학부생 참여 연구 기회 축소, 실험·토론 수업 조교 인력 부족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부 전문 전공은 아예 폐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영향은 과학 분야 전공뿐만 아니라 인문 사회과학 분야에까지 미칠 전망이다. 일부 대학들이 이미 자체 재원을 인문학·사회과학에서 과학 분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시카고대학(13위)의 경우 2026~27학년도부터 대부분의 인문학 및 일부 사회과학 박사과정 모집을 중단하고, 통폐합 및 비용 절감을 위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런 변화가 소규모 대학들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소형 리버럴 아츠 칼리지들은 전통적으로 학부생이 교수와 직접 연구에 참여하고, 1대1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강점으로 평가됐다. 이 같은 강점이 대형 연구중심 대학의 구조적 위기 속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재정 측면에서도 소형 대학들이 기회를 맞고 있다.
연방 의회가 대학 기금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 기준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공화당은 동시에 등록 학생 수 3,000명 미만의 부유한 소형 대학에는 감세 혜택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혜택을 입게 된 대학으로는 윌리엄스칼리지(전체 7위), 캘텍, 앰허스트, 스와스모어, 클레어몬트 맥케나, 웰즐리, 포모나, 워싱턴앤리, 보든, 트리니티, 칼턴, 그리넬 등이 포함됐다.
■ ‘간판’보다 ‘적합성’모든 대학이 모든 전공에 강점을 갖는 것은 아니다. 재즈 색소폰 연주자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위스콘신주 애플턴에 위치한 로렌스대학(312위), 정책 입안자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워싱턴 D.C.의 아메리칸대학(136위)이 적합할 수 있다. 자신과 잘 맞는 ‘적합성’을 대학 선택 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학생은 그 학교에 다니고 싶어야 하며, 캠퍼스 문화와 공동체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다양성도 고려해야 한다. 5년 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미국 전역에 번졌던 ‘Black Lives Matter’ 시위 당시, 대학들은 ‘다양성·형평성·포용’(DEI)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프로그램을 ‘역차별’로 규정하면서, 상당수 대학들은 관련 프로그램을 폐지하거나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비 링크의 응우옌 설립자는 “대학들이 더 이상 DEI를 공개적으로 내세우지 않지만, 커리큘럼 등을 통해 여전히 지속할 수 있다”라며 “예를 들어, 민족학, 젠더 스터디, 성소수자 이슈, 재향군인 문제, 장애인 권리, 환경 정의 등의 과목 개설 여부를 보면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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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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