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중국 차단 위한 ‘당근과 채찍’ 수단 늘리고 범위도 확대
▶ 전세계 공장에 영향력…공급망 전반 ‘제어’로 글로벌 무역규칙 재설정 시도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를 강화하고 배터리까지 통제에 나선 것은 미국과의 정상회담 전 '기 싸움' 차원을 넘어 핵심 전략자산의 글로벌 장악력을 확고히 하려는 구조적 재편을 의도한 행보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중국은 이번에 발표한 일련의 수출통제 조치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경주 담판'을 앞두고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희토류 통제 강화에 100% 추가 관세로 맞대응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일단 확전을 자제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으려는 모습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13일(현지시간) 미중 사이에 소통이 이뤄지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시 주석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대중 기술 통제에 맞서 핵심 원료와 중간재, 관련 기술까지 본격적으로 무기화해 공급망 전반을 '제어'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에서 글로벌 무역 규칙을 재설정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 中, 희토류 역외수출 통제 시작…"칩·석유와 함께 전략 자산 성전에 합류"
중국이 지난 9일 6개 문서에 걸쳐 발표한 수출통제 조치를 통해 희토류 17종 가운데 수출통제 대상을 7종에서 12종으로 늘리고 외국에서 중국산 희토류 및 희토류 관련 기술을 이용해 생산되는 제품도 통제 대상에 포함했다.
중국산 희토류를 전체 상품 가치의 0.1% 이상 포함했거나 중국의 희토류 채굴과 제련·분리 등 관련 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수출하려 한다면 외국 기업이어도 중국 정부로부터 수출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 조치는 12월 1일부터 시행된다.
중국은 지금까지 자국에서 외국으로 수출되는 희토류에 대해서만 수출통제를 해왔는데 이번에는 미국이 중국 등을 겨냥할 때 사용해 온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과 같은 역외수출 통제를 처음 적용했다.
중국은 또한 군사적 용도 최종사용자로의 희토류 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했고 군사용도가 아니어도 최첨단 반도체에 쓰이는 희토류 수출 신청은 개별 심사하기로 했다.
희토류는 반도체, 전자제품, 배터리, 첨단무기 등에 들어가는 자석에 핵심 재료로 대표적인 전략 광물이다. 이들 희토류는 중국 매장량이 많기도 하지만 저비용·환경 친화적인 채굴·정제가 어려워 사실상 중국이 가공을 독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희토류 관할권을 역외로 확대한 이번 조치로 자국 희토류와 희토류 기술을 사용하는 전 세계 모든 공장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미국의 희토류 관련 정보 제공업체 레어어스익스체인지(REE)는 "이러한 광범위한 수출통제 체제는 중국에 즉각적인 레버리지를 제공한다. 중국은 수출허가를 당근이자 채찍으로 사용하는 가운데 원자재, 반가공 중간재, 자석 부품의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PI자산관리의 스티븐 이네스 매니징파트너는 인베스팅닷컴 기고문에서 "이제 중국은 누가, 무엇을, 언제, 왜 얻는지 구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메스를 가지게 됐다. 한때 원자재 시장의 한구석에 가려져 있던 희토류는 이제 경제적 외교술의 도구로서 칩, 석유와 함께 전략 자산의 성전에 합류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여기에 내달 8일부터 고급 리튬이온배터리 완제품과 양극재, 흑연 음극재, 배터리 제조 기계 등도 수출통제 대상에 올리기로 했다.
중국은 배터리 산업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인공지능(AI) 관련 에너지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상황에서 배터리 공급망 전반을 무기화한 것이다.
◇ '탈중국화' 뿌리부터 제동…"글로벌 무역규칙 자체에 대한 경쟁"
중국은 이처럼 반도체를 비롯한 현대 기술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배터리의 무기화 수준을 크게 높임으로써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서 '탈중국' 시도를 산업 근간에서부터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중국의 전략경쟁 상대인 미국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은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희토류 70%를 중국산에 기대고 있다.
희토류는 특히 전투기와 전함, 미사일, 탱크, 레이저 등에 두루 사용된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미국 방위산업을 정조준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17∼2023년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2028년에는 세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1∼7월 미국이 수입한 전력망용 리튬이온배터리의 65%가 중국산이었다고 전했다.
한국도 배터리용 음극재의 핵심인 흑연과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수산화니켈의 95% 안팎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 없이는 이차전지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네스 SPI자산관리 파트너는 "진짜 얘기는 중국이 영향력 자체를 재편하는 방식 밑에 깔려 있다. 이번 조치는 2010년 중국이 일본에 가한 희토류 금수조치 같은 맥락이 아니라 더 섬세하고 다층적이며 범위는 완전히 글로벌하다"며 "중국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디커플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바를 디커플링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번 수출통제 조치로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승리하는 차원을 넘어서 글로벌 무역 전반의 '규칙'을 재설정하려 한다고 진단했다.
시드니공대 호주·중국관계연구소의 마리나 웨 장 부교수는 13일 뉴스분석매체 더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이제 상황은 더 이상 무역분쟁이 아니다. 공급망과 글로벌 무역을 지배하는 규칙에 대한 경쟁으로 격화했다"고 말했다.
REE도 중국이 이번에 발표한 수출 체제가 "단순한 무역 전술이 아니라 구조적 영향력을 선언한 것이다. 미국은 관세만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REE는 희토류 독점을 활용한 중국의 장기 전략 계획을 저지하려면 미국이 관련 산업·기술·정책을 종합적으로 강화해 2030∼2035년까지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 교수는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은 "수십 년에 걸친 투자와 규모, 막대한 환경 비용을 감수한 의지의 산물이다. 서방국가들 간의 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더라도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에는 여러 해가 걸릴 것"이라며 "중국이 수십년간 구축한 통합 시스템을 5∼10년 안에 재현한다는 것은 희망회로를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