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예르모 델토로 감독 넷플릭스 영화로
▶ 평생의 꿈 메리 셸리 고딕 명작 재해석

56일 간 매일 10시간의 분장 과장을 거쳐 괴물로 변신한 제이콥 엘로디의 순수한 영혼은 엘리자베스(미아 고스)를 향한 사랑으로 빛을 발한다. [넷플릭 제공]
오스카 수상 감독 길예르모 델 토로가 메리 셸리의 고딕 명작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신작을 선보였다. 그에게 이 영화는 단순한 작품이 아닌, 평생을 함께해온 집착이자 구원의 이야기다.
멕시코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델 토로 감독은 “일곱 살 때 제임스 웨일의 프랑켄슈타인을 처음 봤다”며 “보리스 칼로프의 눈빛에서 깨달음의 전율을 느꼈다. 그 순간이 내 인생을 바꿨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 경험을 거의 종교적 체험에 가까운 것으로 묘사한다. 고딕 호러는 그의 믿음이 되었고, 칼로프가 연기한 괴물은 그의 메시아가 되었다. 가톨릭 신자로 자랐지만, 그는 “진정한 종교를 그곳에서 찾았다”고 고백했다.
“칼로프를 통해 순교자와 메시아의 의미를 이해했고, ‘저게 바로 나다’라고 느꼈다”고 말한 델 토로에게 괴물은 단순한 동일시의 대상이 아니었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이해받지 못한 존재로서, 그는 괴물에게서 자신을 비춘 것이다.
4년 후, 열한 살이 된 델 토로는 메리 셸리의 원작 소설을 읽고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영화와 원작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책에는 다뤄야 할 것들이 훨씬 많았다”고 말하며 괴물의 인간성과 세상의 비인간성을 동시에 포착한 셸리의 시선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또한 “낭만주의자들은 삶 그 자체를 적으로 여겼다”는 점을 강조했다.
처음 이 영화를 구상할 때, 델 토로는 자신과 아버지의 관계를 그리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그 자신이 아버지가 되면서, 이야기는 진화했다. 델 토로 감독은 “제 아버지와 저, 그리고 제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다”며 결국 용서와 수용에 관한 영화를 완성했다. “쉰 살이 넘으면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그때 비로소 성찰하게 되는 법이다”는 그의 말에는 삶의 무게가 실려 있었다.
델 토로 감독에게 ‘프랑켄슈타인’은 2022년 아카데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피노키오’의 후속작이다. 그는 “어릴 적 첫 슈퍼8 영화부터 지금까지 늘 두 편의 영화를 꿈꿔왔다. 피노키오와 프랑켄슈타인였다”며 이 두 이야기가 본질적으로 같은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영원과 죽음이라는 두 힘 사이에서 삶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델 토로는 이야기를 크림 전쟁 시기로 설정하고, 유럽 전역을 직접 답사하며 최적의 촬영지를 찾아냈다. 2024년 초 토론토에서 촬영을 시작해 영국의 여러 지역에서 로케이션과 미니어처 촬영을 병행했다. 100일간의 촬영 기간 동안, 그는 셸리의 원작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을 바탕으로 모든 디테일을 세심하게 조율했다.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극장 개봉에 이어 넷플릭스(www.netflix.com/frankenstein)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고 있다. 일곱 살 소년이 스크린에서 괴물을 만난 지 50년, 마침내 세상에 내놓은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만의 프랑켄슈타인이다. 단순한 호러 영화가 아닌, 인간 존재의 본질과 용서, 그리고 수용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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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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