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처음으로 L.A. 법원을 가보았다. 아들이 참가하는 고등학교 모의 법정(Mock Trial) 결승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이 4년 동안 모의 법정 클럽 활동을 하면서 매해 대회를 나갔지만 한번도 못 가봤는데, 이제 12학년이 되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참관을 하게 되었다. 결승에서 맞붙은 두 고등학교 클럽 팀은 각각 검사와 변호사 역할을 하면서 법리적 공방을 하였고, 이를 현직 변호사이신 세 명이 심판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실제 법정에서, 실제 판사가 진행하는 모의 법정은 생각보다 진지하고 엄숙하였고, 고등학생들이 펼치는 법리적 논리는 기대 이상으로 그 논리가 탄탄했다.
결승전이 끝나고 시상식이 있어서 자리를 이동해서 참석하였는데, 알고 보니 중학교 모의 법정 대회도 있어서 함께 시상식이 진행 되었다. 고등학생들이 모의 법정을 하는 것은 그래도 이해가 되는데, 중학생들이 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어리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중학생 때부터 모의 법정 클럽 활동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흥미로웠다.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필자는 미국에서 중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아이들을 지켜 보면서 느낀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자원봉사(Volunteer)문화이다. 한국에서도 이제는 어느정도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 학교 내에서 부모들의 자원봉사 참여는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필자의 아들이 참여하는 모의 법정 클럽에서도 현직 변호사로 있는 부모들이 코치로 아이들의 법리적 논리를 도와주고 있다.
모의 법정 대회를 할 때도 심판으로 2-3명이 필요한데 현직 법조인들이 모두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현직 판사가 중학교, 고등학생들이 하는 모의 법정의 판사로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여 대회가 진행된다. 이외에도 스포츠, 음악, 미술 등 모든 클럽 활동들을 보면 학생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들이 있기 때문에 모든 분야의 활동이 중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필자는 이러한 자원 봉사 문화가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고 본다. 자신의 전문적 지식을 아낌없이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분야에 참여할 수 있는 클럽 활동들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어릴 때부터 클럽 활동을 하면서 특정 분야에 흥미를 갖게 되고, 자신의 흥미를 대학에서 전문적 지식으로 발전시키면서 생겨난 전문가들이 지금의 미국을 이끌고 있다. 자원봉사 문화가 바로 미국의 힘이다.
이러한 자원봉사 문화가 어떻게 미국에서 시작되어 자리잡게 되었을까? 초기 미국에 정착한 청교도들은 기독교 정신으로 나라를 세우고자 하였다. 기독교의 근간이 되는 정신은 형제 사랑이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래서 미국의 최초 도서관, 공립병원, 소방대 등은 정부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마련하고 봉사를 하면서 시작 되었다. 미국 자원봉사의 뿌리는 다름 아닌 기독교 신앙 공동체의 형제 사랑에 있다. 기독교 정신에서 시작된 자원 봉사와 같은 미국의 여러 문화가 바로 지금의 미국이 있게 한 것이다.
요즘 교회가 여러가지 이유로 사람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를 발전 시킨 그 저변에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깔려 있다. 오늘날 일부 교회가 예수님의 가르침을 잘 담아내지 못하는 미숙함이 있다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심으로 인류에게 끼친 유익은 너무나 크다는 사실이다. 성탄절을 맞이하여 예수님 오심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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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재 나성북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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