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한 경보 천연가스 70% 폭등
▶ 1900년 이후 최대 주간 상승
▶ 전기요금 상승 ‘도미노’ 까지
▶ “요금고지서 열어보기 두려워”
고금리와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택 가격, 좀처럼 잡히지 않는 식탁 물가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가운데 천연가스 가격까지 기록적인 폭등세를 보이며 가계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기록적인 한파 예보로 에너지 비용 부담이 급증하면서 인플레이션의 파고를 간신히 견디던 서민들의 허리가 더욱 휘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5일 데이터 제공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근월물 기준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한 주 동안 무려 70% 이상 치솟았다. 이는 1990년 이후 34년 만에 가장 큰 주간 상승폭으로 기록됐으며, 가격 수준 자체도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었던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이례적인 가격 폭등은 기상 당국이 수년 만에 가장 강력한 겨울 폭풍과 극심한 저온 현상인 ‘딥 프리즈(Deep Freeze)’를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혹한으로 가정 난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천연가스 재고가 순식간에 고갈될 수 있다는 시장의 공포가 가격을 급격히 끌어올렸다. 배너크번 캐피털 마켓의 상품 담당 매니징 디렉터 대럴 플레처는 “30년 트레이딩 경력 동안 이 정도로 단기간에 급등하는 움직임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이번 주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매우 도전적이고 위험한 국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격 쇼크가 단순한 수요 증가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수요 급증, 공급망 마비, 생산 차질이 겹친 ‘삼중 압박’ 구조라는 것이다. 가장 큰 기술적 문제는 ‘프리즈 오프(Freeze-off)’ 현상이다. 천연가스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동하는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배관 내부의 수분이 얼어붙어 가스 흐름을 차단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천연가스 수요가 정점에 달했을 때 공급 통로인 파이프라인이 얼어붙으면 가격 변동성은 통제 불능 수준으로 증폭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전력 수요 압박도 가중되고 있다. 특히 미 남부 지역은 전기를 난방원으로 사용하는 가구가 많은데, 미국 전체 전력 생산의 약 40%가 천연가스 발전에 의존하고 있어 가스값 상승은 곧 전력 요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현상을 불러온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사는 한 주민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고지서를 공유하며 “지난해 8월 33달러에 불과했던 요금이 올해 1월 243.50달러로 7배 이상 뛰었다”며 망연자실해했다.
전국 연료지원 관리자 협회(NEADA)는 이번 겨울 가구당 평균 난방비가 전년 대비 7.6%나 폭등한 약 976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에너지 비용 상승은 현재 미국 가계가 처한 다각적인 경제적 고통과 맞물려 파괴력을 더하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와 주요 경제 지표에 따르면 지속적인 공급 부족으로 인해 주택 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며, 대출 금리 부담까지 더해져 주거비용은 가계 소득의 상당 부분을 잠식하고 있다.
식탁 물가 또한 만만치 않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누적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육류, 채소, 계란 등 필수 식자재 가격이 예년보다 크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마트 장보기가 무섭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덮친 ‘난방비 폭탄’은 서민 가계의 마지막 가처분 소득마저 앗아가는 결정타라는 분석이다.
미주 한인 사회도 난방비 급등을 우려하고 있다. 동부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이모씨는 “집값과 식비가 안 오른 게 없는데, 가스비 고지서를 열어보는 게 벌써부터 두렵다”며 “한파가 길어지면 난방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오를까 봐 밤잠을 설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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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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