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유엔대사, 수십억달대 체납금 ‘유엔 개혁’ 전제로 지급 의향
▶ 유엔에 태도 달라진 트럼프… “엄청난 잠재력 지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 개혁'을 전제 조건으로 수십억달대에 달하는 유엔 분담금 미납금 중 일부를 내겠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6일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막대한 규모의 분담금을 내지도 않았고, 세계보건기구(WHO) 등 여러 산하 기구에서도 탈퇴하면서 유엔을 결정적으로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입장 변화라는 평가도 나온다.
마이크 월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로이터 통신 전화 인터뷰에서 자국이 유엔에 체납한 분담금 중 일부를 수주 안에 우선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월츠 대사는 "연간 분담금 중 상당한 선지급이 있을 것"이라며 "최종 금액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수주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193개 회원국에 보낸 서한에서 유엔이 긴박한 재정 붕괴 위험에 처해있다며 7월까지 자금이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유엔 예산 22%를 책임지는 최대 분담국이었다. 하지만 작년 정규 예산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았고 유엔 평화유지 활동 예상 지원금의 30%만 제공하면서 유엔은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게 됐다.
유엔에 따르면 정규 유엔 예산 미납금의 95% 이상이 미국 몫으로 지난 2월 초 기준으로 21억9천만달러(약 3조2천억원)에 달한다.
이와 별개로 미국은 평화유지활동 예산 24억달러(약 3조5천억원), 유엔재판소 비용 약 4천만달러(586억원)도 체납 중이다.
2026년 유엔 정규 예산은 34억5천만달러(약 5조600억원)다.
미국 상하원을 통과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서명한 연방정부 예산 패키지에는 유엔과 여타 국제기구 분담금 31억달러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미국 행정부에 예산 범위 내 집행권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단번에 밀린 돈을 모두 내기보다는 효율화 등 '개혁'을 요구하면서 부분적으로 분담금을 집행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일단 무게가 실린다.
월츠 대사는 예산으로 뒷받침된 자금이 작년분 미납 분담금에 쓰일지, 올해분 분담금에 쓰일지에 관한 물음에 "전반적으로 체납금 해소를 위한 것"이라며 "우리가 확인한 일부 개혁 조치를 인정하는 의미도 있다"고 답했다.
월츠 대사는 "우리는 평화와 안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데 매우 집중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유엔이 어떻게 잠재력을 다시 발휘할 수 있을지에 관한 정당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집권 1기 시절부터 유엔에 부정적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엔에 부쩍 누그러진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폴리티코와 통화에서 유엔 재정 위기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면서 "유엔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다"고 언급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십 개 국제기구에서 미국을 탙퇴시키고 대외 원조를 삭감한 점을 지적하면서 "트럼프가 원칙상으로나마 유엔을 옹호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체불 분담금 일부 납부를 통해 유엔을 일단 재정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을 두고 유엔 기능에 심각한 공백이 벌어졌을 때 국제 분쟁 관리 비용이 미국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가자지구 재건 감독을 명분으로 평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과정에서 '세계 모든 분쟁'에 관여 여지를 둔 평화위원회로 유엔 기능의 일부를 대체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만 일단은 '유엔의 마비'까지는 바라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백악관은 19일 워싱턴에서 '평화위원회' 첫 정상회의를 열고 가자 재건 자금 모금 등 문제를 논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악시오스가 7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휘황찬란한 미래 도시로 재탄생시키겠다면서 세계 각국의 기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는 데다 재건 기구의 투명성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국제사회는 기부금 내놓기를 망설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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