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것이 그 본분 어리석은 자는 본래의 선함을 잊고 평생을 입고 먹는 데 바친다네 효성과 우애가 인의 근본이요 학문은 그…
[2013-02-05]내 몸엔 나선의 미로가 들어있다. 몸속에서 헤매다 몸 밖의 또 다른 미궁으로 겨우 기어 나와 두리번거리는 걸 길이라 한다. 곡선을 풀어 곧은 행적을 남겨야 하는 나는 고행의 …
[2013-01-31]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
[2013-01-29]그들에게 시를 하나 들어 올려 불빛에 비춰보라고 했지. 혹은 귀에 아주 가까이 대고 벌집 같은 소리를 들어보라 했지 쥐 한 마리를 시 안에 떨어뜨려 어떻게 길을 찾아 나…
[2013-01-24]가지 않은 곳은 모두 미래다 그날 만나지 못했던 그 사람도 읽지 않은 그 책의 몇 페이지도 옛날이 아니다 시간과 공간은 떨어지지 않는다 내 지나간 미래, 티벳 인적 없…
[2013-01-22]간밤 뒤란에서 뚝 뚜욱 대 부러지는 소리 나더니 오늘 새벽, 큰눈 얹혀 팽팽히 휘어진 참대 참대 참대숲을 본다 그 중 한 그루 톡, 건들며 참새 한 마리 치솟자 일순 푸…
[2013-01-17]화랑유원지 야외무대를 중심으로 빙 둘러 동그랗게 만들어진 롤러블레이드장이 있다 휴일 한낮을 달구는 가을 햇살에 구워지는 저 대형 도너츠 몇 겹씩 둘레로 바퀴를 굴리는 신…
[2013-01-15]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끄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
[2013-01-10]나는 이 겨울을 누워서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도 끝이 나고 바람도 불지 않아 이 겨울 누워서 편하게 지냈다 저 들에선 벌거벗은…
[2013-01-08]페가수스 은하계에 초록화성 그곳에도 국민이 있고 국회가 있고 대통령이 있지만 브로콜리 농사만 신경 쓰고 살아요. 누가 대통령인지 국회의원인지 몰라도 모든 게 다 잘 돌아가…
[2013-01-03]비가 내렸다. 10번 고속도로는 어깨 위에 세기말을 짊어지고 있었고 길을 안내하는 표시판이 후줄그레 걸려 있었다. 나는 무거운 발을 끌면서 1999년 12월 31일 오후 …
[2013-01-01]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지요 지금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 그분을 위하여 묵…
[2012-12-27]김치찌개 하나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하는 식구들의 모습 속에는 하루의 피곤과 침침한 불빛을 넘어서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 같은 것이 들어 있다 실한 비계 한 점 아들의 숟…
[2012-12-25]- 입에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 마른 무 쪼가리, 콩자반에 김치 할머니 진지를 드시네 나물 싸…
[2012-12-20]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에 메어 마…
[2012-12-18]까마귀가 울지만 내가 울음을 듣는 것이 아니라 내 몸 속의 날 것이 불평하며 오장육부를 이리저리 헤집다가 까마귀의 희로애락을 흉내내는 것이다 까마귀를 닮은 동백숲도 내 몸 속에 …
[2012-12-13]다람쥐 쳇바퀴처럼 잘도 돌아가는 전기 요금이 두려워 전기담요 한 장 못 켜고 쭈그리고 누웠다 그라지 문 앞에 젖무덤 사이에 얼굴 처박고 한데 어울려 자는 강아지 …
[2012-12-11]저쪽 골목 끝에서 당신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얼른 눈을 돌렸습니다 잠시 기다리다 고개를 들었을 때 당신은 꺾어진 다른 길로 돌아서 가고 있었습니다 다 찢어진 채 애…
[2012-12-06]내 옆방의 아저씨, 실직했다고 며칠 전 아줌니랑 대판 쌈을 벌이더니, 아줌니는 보따리 싸들고 집을 나갔는데, 어디서 성능 좋은 녹음기 하나 장만해 와서는 아침부터 간드러진 유행가…
[2012-12-04]까치가 철탑 위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한동안 아무 일이 없었습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왔습니다 이윽고 그 철탑둥지에서 까치가 날고 까치새끼가 날기 시작하였습니다 철탑…
[2012-11-29]연방이민당국의 무차별적인 이민 단속이 끊이지 않으면서 뉴욕시 이민자 가정들 사이에는 체포 또는 추방에 대한 공포로 가정폭력 신고나 병원방문 마…
이정실 큐레이터(가운데)와 전시 참여 작가인 차진호(왼쪽), 오민선 작가가 내달 3일 개막될 전시회 포스터와 차학경이 쓴 ‘Dictte’ 책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금리 동결을 이어가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미 중앙은행)가 1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