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폐교에는 오래된 풍금소리로 아이들의 함성 같은 별들이 운동장 가득 뜹니다 풀벌레들이 짝꿍하고 몽당연필 깎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사이좋게 맑은 밤…
[2010-08-05]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
[2010-08-03]담장 밖으로 나온 레몬 하나 나, 너 따먹을 거다 눈물나도록 새콤한 인연을 맺고 싶다 안경라(1964 - ) 더운 여름날 읽기에 좋은 시다. 이리저…
[2010-07-29]좌석이 없는 좌석버스를 타고 간다 삼표연탄 이름만 남아있는 자리 백미러 같은 낮 달 떠있다 ‘이번 정류장은 수색극장 앞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구름다리입니다’ 콘크리트…
[2010-07-27]열어 젖혀진 나무 속 단아하게 번져있는 겹겹의 물결 물살마다 긋고 간 바람소리 들린다 어설프게 내딛은 시작 둥근 세상 밖으로 가는 줄만 알았던 그 길 더듬어보니 …
[2010-07-22]황혼이다 어두운 황혼이 내린다 서 있기를 좋아하는 나무들은 그에게로 불어오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있고 언덕 아래 오두막에서는 작은 사나이가 사립을 밀고 나와 징검…
[2010-07-20]계란 한 판이 30개인 줄 일찍 알았으면 서툰 눈도 좀 고치며 진작 철이 들었을 테고 쉰넷에 파 한 단 값 안 시장 길이 선생이네. 수족이 늘 찬 아내 꼬랑꼬랑 아…
[2010-07-15]새벽부터 장대비 내리는 휴일, 오래 계획했던 일 취소하고 한나절 그레고리안 성가를 듣는다. 장엄하고 아름다워야 할 합창이 오늘은 슬프고 애절하게만 들린다. 창문을 열면 …
[2010-07-13]늘 끝자락에 메어 달려 시선을 몽땅 뺏어가는 집중 작고 짧은 몸짓으로 다 주고도 아직도 모자란 마지막 기척 다짐하고 그래도 미진하고 서운하여 내미는 새끼…
[2010-07-08]내 고장 칠월(七月)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
[2010-07-06]나의 소년시절은 銀(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喪輿(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
[2010-07-01]아이들이 풀밭 운동장에 그물망을 치고 공차기 놀이한다 공 하나에 아이들 눈과 구경꾼들의 눈이 공 안으로 다 들어가 더 이상 공은 공이 아니다 사람들 마음이 하늘과 …
[2010-06-29]1. 산과 산은 만나지 못하지만 나무와 나무는 달려가지 못하지만 너와 나는 무엇일까 산도 아닌데 나무도 아닌데 2. 샘물과 샘물은 강에서 만나지만 강물과…
[2010-06-24]죽은 시간을 뒤적이며 추억 따위를 건져내진 않을 거야 시간의 밑둥을 잘라 나이테를 감상하진 않겠어 차라리 음지 아래 소리들 볕으로 불러 내 물을 주겠어 허약한 몸 구리빛…
[2010-06-22]어릴 적 아버지가 삽과 괭이 들고 땅을 파거나 낫 세워 풀 깎거나 도끼 들어 장작 패거나 싸구려 담배 피며 먼 산 바라보거나 술에 져서 길바닥에 넘어지거나 저녁 밥상 걷어차…
[2010-06-17]어머니가 밥을 할 때 부지깽이에서는 꽃이 핍니다. 홍매, 목단, 칸나, 채송화, 그 붉은 웃음소리가 꽃 피우는 소리를 듣고 아궁이 속 땔감이 툭툭, 뚝딱 화답을 합니다. 무쇠솥도…
[2010-06-15]모래가 모여 산 것은 언제부터인가 함께 바람에 쓸리고 비에 젖었네 같이 마르고 밟히며 낮은 땅 그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얼굴 맞대고 살을 부비며 얼마나 많이 걸어왔는가 …
[2010-06-10]노숙자 아니고선 함부로 저 풀꽃을 넘볼 수 없으리 바람 불면 투명한 바람의 이불을 덮고 꽃이 피면 파르르 꽃잎 위에 무정처의 숙박계를 쓰는 세상 도처…
[2010-06-08]누나가 국사발을 떨어뜨려 쨍그랑 박살이 났습니다. 엄마가 쪼프르 달려가서 어디다 눈을 팔고 이러냐고 한바탕 시끌벅적 울고불고했습니다 우리 누나는 학교 다니다 말고 집안 살림 맡아…
[2010-06-03]그때 작았던 것들은 커지고 그때 컸던 나는 점점 작아져서 이제는 길길이 우거진 수풀 사이 물벌레의 서식처일 뿐인데, 내 위에 뜨던 달과 별, 스치던 바람과 나에게서 나르시스를 찾…
[2010-05-27]이민 당국이 영주권 신청자의 복지 혜택 수령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최근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은 내부 지침서를 통…
지난 10일 발생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 단체인 ‘터닝 포인트 USA’ 대표인 찰리 커크 암살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 일원…
미국의 우파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를 암살한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22)에 대해 검찰이 16일 ‘가중살인’(aggravated mur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