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한번 왔는갑다 활딱 벗고 뛰쳐나온 저년들 봐, 저년들 봐. 민가에 살림 차린 개나리 왕벚꽃은 사람 닮아 왁자한데, 노루귀 섬노루귀 어미 곁에 새끼노루귀, 얼레지 흰얼…
[2010-04-15]나무 아래를 지날 때마다 나무는 꼭 한 뼘만큼 자랐다 나무의 부드러운 경계가 만드는 오후의 공터에서 아이들은 비석을 세우거나 서 있는 비석을 넘어뜨렸다 그 때마다 나무의 …
[2010-04-13]감꽃은 피어난다, 말 없는 가장처럼 펼쳐 든 석간 위에 흔들리는 손잡이에 저물어 무거운 발길 헝클리는 字母 위에. 가난 하나 뜨거운 가슴 시린 등을 …
[2010-04-08]환한 주먹으로 통증 없는 긴 세월을 꿈꾸어 보네 지금 내게 있는 모든 것이 언제나 거기 있어야만 했던 것처럼 무표정 얼굴이 대상 없는 세월을 기다렸었네 자격을 …
[2010-04-01]스스로의 생(生) 지키기 위해 까마득히 절벽 쌓고 있는 섬 어디 지랑풀 한 포기 키우지 않는 섬 눈 부릅뜨고 달려오는 파도 머리칼 흩날리며 내…
[2010-03-25]길 가다가 공중전화에서 문득 전화를 합니다. 누나가 어쩌면 말투하며 목소리가 꼭 그대로냐고 합니다. 누나 도 꼭 그대로입니다. 나는 열일곱, 여덟 때처럼 누나에게 전화를 합…
[2010-03-23]활짝 핀 꽃나무 아래서 우리는 만나서 웃었다 눈이 꽃잎이었고 이마가 꽃잎이었고 입술이 꽃잎이었다 우리는 술을 마셨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사진을 찍고 …
[2010-03-18]선물을 싼 줄은 절대로 가위로 싹둑 자르지 마라 고를 찾아 서서히 손끝을 떨며 풀어내야지 온몸이 끌려가는 집중력으로 그 가슴을 열어가면 따…
[2010-03-16]마흔 살,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나이 대책 없이 운다 얼마 전에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십 년 된 강아지마저 죽었다고 이별을 운다 저 울음에게 무엇을 해줄 수 …
[2010-03-11]손이 떨린다 커피가 출렁거린다 찻잔이 달그락거린다 탁자가 가늘게 흔들린다 말 탄 듯 의자 위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발과 바닥이 맞붙어 떨고 있다 울음 참는 사람의 등처럼…
[2010-03-09]하느님이 붉은 물감을 찍어 서녘에 밑줄을 그은 것을 보면 하루 중에 이 시간이 제일 중요한 때이거늘 또, 오늘 하루를 마감하며 우리 모두 어두워지리라 박만진 (…
[2010-02-25]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2010-02-23]새를 사랑하기 위하여 조롱에 가두지만 새는 하늘을 빼앗긴다 꽃을 사랑하기 위하여 꺾어 화병에 꽂지만 꽃은 이내 시든다 그대를 사랑하기 위하여 그대 마…
[2010-02-18]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
[2010-02-16]우리의 설날은 어머니가 빚어 주셨다 밤새도록 자지 않고 눈 오는 소리를 흰 떡으로 빚으시는 어머니 곁에서 나는 애기까치가 되어 날아 올랐다 빨간 화롯불 가에서 내 꿈은 …
[2010-02-11]육신은 떠났으나 저승에 들지 못한 이 땅의 가여운 넋 모여 사는 집이다 밤이면 그들이 우는 목소리도 들린다 잘 드는 은장도로 두어 마디 잘라내어 불에 달군 송곳으로 몸…
[2010-02-09]내 침실을 뚫고 날아들어 벽지 무늬에 앉아 파닥거리던 새 잠자리에 누운 채 휘파람으로 불렀다. 색동자락으로 춤추듯 내려와 내 광대뼈에 앉은 연한 발톱의 촉감 …
[2010-02-02]한 여인에게 미소를 지었더니 “당신은 누구신데......” 다시 미소를 지으니 “내가 누구인줄 알고......” 나는 깊은 시름에 빠졌다 그녀에게 미소를 지은 나는 …
[2010-01-28]충북 영동 상촌면, 딱 한 곳 민박집 있다 주인은 교통사고로 실명을 했는데 이층방 몇 개로 민박을 친다. 밤에도 검은 안경을 끼고 바깥으로 난 어두운 계단을 앞장서서 방을 …
[2010-01-26]많은 별들 어디 갔나. 단 하나도 안 보여. 별 있는 곳 어디든 찾아가야 한다면, 이 밤에 홀로 떠나나. 별 간 데로 오라면. 고원 (1925 - …
[2010-01-21]뉴욕한인회(회장 이명석) 주최, 뉴욕한국일보 주관으로 오는 10월4일 맨하탄 한복판에서 열리는 ‘2025 코리안 퍼레이드 및 페스티발’ 조직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보와 함께 새롭게 추진되는 이민 정책들로 인해, 최근 한인사회에서 시민권 신청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제 80주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 준비위원회 모임이 지난 1일 오후 1시 30분에 샌프란시스코 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