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저녁 무렵 뱀이 들어 왔다 베란다에 자살테러범처럼 독(毒)을 품고 잠입한 독사 놀란 새들은 새장을 떠메고 허공 높이 화르르 날아오르고 함께 날아올랐으나 …
[2010-01-19]올림픽 사거리 10시 15분 방향으로 할머니 한 분 절름절름 걸어가신다 힘겨운 시간들이 한 쪽 다리를 갉아 먹었는지 관절 어느 부분이 어긋난 것인지 하얀 고무신이 바닥에…
[2010-01-14]아침밥 먹고 또 밥 먹는다 문 열고 마루에 나가 숟가락 들고 서서 눈 위에 눈이 오는 눈을 보다가 방에 들어와 또 밥 먹는다 김용택 (1948 - )…
[2010-01-12]촌에서 이발소 하는 어떤 형한테 들은 이야기 한 토막 바야흐로 설 단 대목에 오줌 누고 뭐 볼 새도 없이 바쁜데 엊그제 새로 들인 머리나 감기는 아이놈 하나가 세상…
[2010-01-07]행운은 토막이라는 생각 행운은- 고작 한 뼘 길이라는 생각 누군가 이제는 아주 끝장이라고 한 그루 삶의 밑동이며 가지를 잘라 내던졌을 때 행운은 거기에서 잎이 …
[2010-01-05]길이 새로 나면서 옛집도 길이 되었다 햇살 잘 들던 내 방으로 버스가 지나가고 채송화 붙어 피던 담 신호등에 기대 서 있다 옛집에 살던 나도 덩달아 길이 되었다 …
[2009-12-31]1943년 10월 19일 밤 하나의 물음표(?)로 시작된 나의 인생은 몇 개의 느낌표(!)와 몇 개의 묶음표()와 몇 개의 말줄임표(,,,,,,) 찍을까 말까 망설이다…
[2009-12-29]하늘 맨 꼭대기에서 가장 낮은 자리로 밤새 내린 눈 하얗게 오신 아기 예수 모두 잠든 밤 홀로 깬 눈동자 별빛 영원 차가운 땅에 하얗게 하얗게 맨발…
[2009-12-24]나이 들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벽에 똥칠하기 전에 어서 가야 한다고 말끝 흐리시는 친정어머니 열세 평 영구 임대 아파트 칠 갈라진 옥색 문갑 위에 경비실 황영감이 따다…
[2009-12-22]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 해 좋을 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 궂은 날엔 방 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 우리도 따순 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 실겅엔 주렁…
[2009-12-17]이십 년간 만나지 못한 아버지가 꿈에 보인다 마당 휑한 고향집 새벽에 눈 내렸다고 어서 일어나 눈 쓸란다 주먹만한 함박눈이 바람도 없이 쌓이는 밤 하루 지난 소식을 …
[2009-12-15]또 배탈이군. 한때 돌조차 삭이던 위장이었는데. 그렇지, 장모가 전라도 배추를 경상도 고춧가루로 버무린 탓일 거야. 아냐, 맥도널드 햄버거에 우리밀 빵을 함께 먹은 탓인지도 몰라…
[2009-12-10]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그늘 지고 산들 산이겠느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이제는 간 데 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지…
[2009-12-08]당신은 복어를 먹는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복어가 아니다, 독이 빠진 복어는 무장해제된 생선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독이 든 복어를 파는 요릿집이 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2009-12-03]A : 얘 사고 난 거 아냐? B : 어유, 그 형이 사고를 내요? 형, 그 형 차 안 타 봤어요? 주행속도 평균 이십 킬로 미터야요. C : 야! 차 슬슬 몬…
[2009-12-01]삼척에 가서 도루묵을 먹었네 말짱 도루묵이란 말이 가슴에 사무쳐 먹었네 어쩌면 세상 일이 온통 말짱 도루묵이라는 생각이 들었네 ‘잘나고 못난 것이 자기와 상관없고 귀하고 …
[2009-11-26]아이가 걸어간다. 늦가을 과수원 한 귀퉁이 아무도 돌보지 않는 가지 사이로 한 알 붉은 사과를 찾아낸 탄성. 태풍에 스러져간 푸른 열매들의 영혼이 몇 점 구름이 되어…
[2009-11-24]아파트 주차장에서 이웃집 아주머니가 울면서 집으로 간다 아주머니의 뒤를 따라 아저씨가 집으로 간다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눈두덩이에는 …
[2009-11-19]사무실 건물 환경원 아줌마가 옥상에 감자를 심어 길렀다고 오늘 캤다고 뜨끈뜨끈한 주먹만한 감자 세 알씩을 사무실마다 돌리며 귀한 거니 잡수어보시라고 했다 세알을 맛있게 다 먹었다…
[2009-11-17]50년대 혹은 60년대 지금보다는 많이 가난했던 시절 거리엔 비 오는 날에도 우산도 없이 다니는 사람들 꽤나 많았지. 문득 장대같이 빗줄기 굵어지면 사람들 이리…
[2009-11-12]뉴욕한인회(회장 이명석) 주최, 뉴욕한국일보 주관으로 오는 10월4일 맨하탄 한복판에서 열리는 ‘2025 코리안 퍼레이드 및 페스티발’ 조직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보와 함께 새롭게 추진되는 이민 정책들로 인해, 최근 한인사회에서 시민권 신청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제 80주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 준비위원회 모임이 지난 1일 오후 1시 30분에 샌프란시스코 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