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구겨진 호일의 천막처럼 쏟아지던 비 천둥은 요란하게 해안을 때리고 번개의 굽은 창은 나무들을 내리치던 그 비가 나무줄기를 타고 오르니 꽃잎처럼 밝고 부드러…
[2015-05-28]어렸을 적 어머니와 나는 일 년에 한 번 씩 먼 곳에 사시는 외할머니를 뵈러 갔었다. 언덕 옆의 농지는 대부분 자갈이었고 부엌에서는 버터를 휘젓는 그릇과 기니아 동전의…
[2015-05-21]낳아준 아버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백수생활 청산하게끔 은혜를 베푸신 사장님도 저의 아버지입니다. 하지만 아버지, 아버지는 어쩌다 도둑이 되셨나요 근래 회사에서 용역…
[2015-05-19]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서로 천적인 동물들이 휴전을 한다. 허리케인이 오면 쥐와 올빼미가 나무를 공유하고 지진이 나면 몽구스가 뱀의 곁에서 움츠려 떨고 있는 것을 볼 수도 …
[2015-05-14]풀잎은 밤에도 자라나고 한 무리 일찍 일어난 앵무새들이 구애전쟁을 시작한다 물웅덩이에서, 전깃줄에서, 막 싹이 트는 푸른 스페니시 라임나무 속에서 그들이 서로를 유…
[2015-05-12]들어봐, 혹시 양동이에 담겨있는 게들을 본적 있어? 아니, 내가 말했다. 가끔씩 게 한 마리가 다른 게들을 밟고 올라 양동이 위쪽까지 기어오르곤 하지 그런데, 막 탈출하려…
[2015-05-07]연일 산불이 나고 있다 이 사정은 어느 나라나 똑같다 똑같을 수밖에 없다 속사정이 있다 여러 설이 있지만 엘니뇨라고? 왜 그렇게 예쁜 이름을 붙였을까 그것도 아기 예수의…
[2015-05-05]오늘 저녁엔 포도주를 마시지 않네 내가 듣고 싶은 것은 머리속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니라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라네. 블라인드 마운튼에 있는 집 뜰에 몇 시간 채 앉아있…
[2015-04-30]내가 타클라마칸사막에 가는 것은 내가 열여섯 살의 꿈속에서 타클라마칸 사막에 가는 것은 거기 허허 망망 때문이다 내가 일흔다섯 살의 대낮에 명사도 동사도 다 두고 타…
[2015-04-28]나는 사물들의 같은 점보다 서로 다른 점에 꽂혀버렸어. 키 큰 소나무, 구부정한 가지에 놓여있는 조그만 눈덩이,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홀로 멀리 떨어져, 거리를 어슬렁…
[2015-04-23]귀뚜라미 목젖의 떨림처럼 비가 내린다 텅 빈 교실에서 홍어 냄새가 나는 것도 같다. 사물함에서 새어 나오는 실내화와 체육복의 냄새. “비가 내리면 고속도로 휴게소로 가고 싶…
[2015-04-21]또 한구의 희생자가 올라온다 저리 슬픈 느낌표를 보았느냐 움직이지 말라는 말을 신뢰한 죄로 영원히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된 저리 슬픈 느낌표를 보았느냐 우리에게 가만히 …
[2015-04-16]사막에 길게 드리워진 내 그림자 등에 난 혹을 보고 나서야 내가 낙타라는 걸 알았다 눈썹 밑에 서걱이는 모래를 보고서야 사막을 건너고 있음을 알았다 옹이처럼 변한 무릎…
[2015-04-14]지팡이조차 두고 가는 거야. 칼은 주머니에 있지만 그 사실조차 난 잊었어. 차도 없고 핸드폰도 없이 컴퓨터도 없고 카메라도 없이 CD 플레이어도 없고, 팩스도 없이 TV…
[2015-04-09]금방 읽어 좋은 짧은 시 한눈에 다 들어온다. 잠시 눈을 감으면 미처 들어오지 못한 여운까지 오래오래 가슴에 머문다. 그런 날 종이에 손을 베인다. /…
[2015-04-07]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춤을 가르치셨다고 한다 나는 그걸 전혀 몰랐다 오히려 그 반대인 줄 알았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볼룸댄스를 좋아했다 우아한 선회팔의 곡선과 멋진 발놀림,…
[2015-04-02]북조선에선 남녀가 사귀는 걸 두고 연애질이라고 한다는데, 연애질! 그 질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게 보여 삽질 가래질 쟁기질 써래질 호미질 낫질로 일구…
[2015-03-31]늦은 밤 42가 지하철 역에서. 시내 기차를 기다리며 플랫폼을 오간다. 적선을 할 힘조차 없다 잡지 판매대의 책 표지를 응시하고 있는 내 뒤를 누군가가 지나간다 오…
[2015-03-26]강남 한 복판에서 생각이 비파나무 젖은 잎사귀처럼 너울거릴 때가 있다 비파, 비파, 비파, 본 적도 없는 악기를 켤 때가 있다 비가 오니 내가 멀리 있다 고대 인도의 …
[2015-03-24]바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작은 별장에서 생을 보낼 수 있다면 좋을거야 아침이면 차고, 축축한 바위에서 그림을 그리는, 로컬 아티스트가 된다면, 기분 좋은 노인, 전통적…
[2015-03-19]뉴욕한인회(회장 이명석) 주최, 뉴욕한국일보 주관으로 오는 10월4일 맨하탄 한복판에서 열리는 ‘2025 코리안 퍼레이드 및 페스티발’ 조직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보와 함께 새롭게 추진되는 이민 정책들로 인해, 최근 한인사회에서 시민권 신청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제 80주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 준비위원회 모임이 지난 1일 오후 1시 30분에 샌프란시스코 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