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를 심어놓고 게을러서 뿌리를 놓치고 줄기를 놓치고 가까스로 꽃을 얻었다 공중에 흰 열무꽃이 파다하다 채소밭에 꽃밭을 가꾸었느냐 사람들은 묻고 나는 망설이는데 그 문…
[2014-08-05]오늘 아침 너무 명백했어. 머리와 가슴으로 그처럼 확신에 찬 적이 없었지. 세상엔 오직 신만이 계시다는 것, 저 위대한 대자연, 신. 하지만 대체 어쩐 일…
[2014-07-31]저녁이 와서 하는 일이란 천지간에 어둠을 깔아놓는 일 그걸 거두려고 이튿날의 아침 해가 솟아오르기까지 밤은 절대로 저를 지키려고 사방을 꼭 잠가둔다 여름밤은 너무 짧아 수…
[2014-07-29]상징도 알고 은유도 아는 여자와 밥을 먹는다 눈빛이 마주칠 때마다 비가 내린다 빗길엔 낙엽이 구르고 대화의 갓길엔 세상에 없는 밤 풍경처럼 두르고 SUV가 쉬고 있다 …
[2014-07-24]하루에 200루피, 어둡고 습한 곳 주인아주머니가 유령처럼 어두운 복도를 소리 없이 돌아다니는 곳 이곳은 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자궁 같은 방이야 눈을 감았는데, 눈꺼…
[2014-07-22]물렁물렁한 것이 떨어져나가고 딱딱한 것만 남아 있다 텅 비어 열린 곳에는 모래들이 흘러들었다 이 조개껍질 속에 한 때 고독한 삶이 있었다 웅크리면서 펼치는 우…
[2014-07-17]저녁 찬거리로 청어를 샀습니다 등줄기가 하도 시퍼래서 하늘을 도려낸 것도 같았습니다. 철벅철벅 물소리도 싱싱합니다 정약전은 어보에 무어라고 적었던가요 청어를 앞에 놓고 …
[2014-07-15]헤게모니는 꽃이 잡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헤게모니는 저 바람과 햇빛이 흐르는 물이잡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요 내가 지금 말하고 있지 않아요? …
[2014-07-10]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랗게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
[2014-07-08]정원의 나무들은 모두 뽑아버려 팬지, 팬타스, 장미, 라눙클러스 타임과 릴리, 그리고 아무도 이름도 모르는 꽃들 담장의 철사 창을 감아 오르는 나팔꽃까지도 모두 걷…
[2014-07-03]오랜만에 만난 후배는 기공을 한다 했다. 몸을 여는 일이라 했다 몸에 힘을 빼면 몸에 살이 풀리고 막힘과 맺힘 뚫어내고 비워내 바람이 들고 나는 몸 바람둥이와 수도사와…
[2014-07-01]나는 걸신들린 여우처럼 산비탈에서 야생의 돼지감자를 캐먹는다. 먹으면 혀가 아리고, 열이 나고, 몸이 가려운 돼지감자. 독을 품은 돼지감자. 살아남기 위해선 누구든, 야생의 돼지…
[2014-06-26]나무 안에 살던 푸른 짐승이 바이올린을 켠다 바다로 흐르지만, 결코 바다가 되지 못하는 오카방고 습지의 수천 마리 물소 떼며, 코끼리떼 기나긴 건기, 사자들에 대해 …
[2014-06-24]1 예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 있다. 강변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 들풀들이 날마다 인간의 칼에 찔려 쓰러지고, 풀의 꽃과 같은 인간의 …
[2014-06-19]킬리만자로 산록의 암보셀리 평원에서 한 떼의 코끼리를 만났다 코가 유난히 길었다. 아마 긴 시간이 코를 잡아당긴 모양이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몸집을 부풀린 모양이었다. …
[2014-06-17]내 혼은 사북에서 졸고 몸은 황지에서 놀고 있으니 동면 서면 흩어진 들까마귀들아 숨겨둔 외발 가마에 내 혼 태워 오너라 내 혼은 사북에서 잠자고 몸은 황지에서 물장구…
[2014-06-12]두 개의 목이 두 개의 기둥처럼 집과 공간을 만들 때 창문이 열리고 불꽃처럼 손이 화라락 날아오를 때 두 사람은 나무처럼 서 있고 나무는 사람들처럼 걷고, 빨리 걸을 때…
[2014-06-10]이십 년 만에 외가에 갑니다. 산발치 따라 한나절 걸리던 길. 이제는 아스팔트 포장으로 금세 닿습니다. 동네어귀 느티나무는 여전한데, 이 작은 산골에 아는 이 하나 없다니요. 말…
[2014-06-05]지난밤 가만히 누워 내 영혼의 집으로 가는 길을 생각했다. 목이 마르지 않은 곳, 그리고 빵은 돌처럼 딱딱하지 않은 곳 한 가지 생각한 것은 그 누구도, 그 누구도 혼…
[2014-06-03]한 가슴에 난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다면 난 헛되이 산 것이 아니리라. 한 인생의 아픔을 달래 줄 수 있다면 한 고통을 위로 할 수 있다면 기운을 잃은 한 마리의 개…
[2014-05-29]뉴욕한인회(회장 이명석) 주최, 뉴욕한국일보 주관으로 오는 10월4일 맨하탄 한복판에서 열리는 ‘2025 코리안 퍼레이드 및 페스티발’ 조직위…
버지니아 주민들의 대다수가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 혜택까지 제공할 경우 반대 여론은 더욱 증가했다.…
제75주년 6.25전쟁 기념일을 맞아 지난 25일 샌프란시스코 프리시디오 공원내 한국전 참전기념비 앞에서 한국전 발발 75주년 기념식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