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개밥을 들고 나오면 마당의 개들이 일제히 꼬리를 치기 시작했다 살랑살랑살랑 고개를 처박고 텁텁텁, 다투어 밥을 먹는 짐승의 소리가 마른 뿌리 쪽에서 들렸다 빈 …
[2013-10-10]오천 평 농장일도 척척 중증 치매환자인 시아버지 병수발도 척척 종갓집 외며느리 역할도 척척인 여자가 있다 곱상한 외모와 왜소한 체구만 보면 손끝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
[2013-10-08]사각의 틀에 가두어 키를 키우던 토끼가 사각의 틀을 깨고 나와 남새밭을 휘젓고 있다고 둥근 콩잎의 초록빛을 모조리 뜯어 먹는다고 콩밭 주인 할머니가 전화통 속에서 길길이 뛴…
[2013-10-03]시월은 가장 쓸쓸한 달, 그대가 만약 추코트카반도에 가게 된다면 그건 베링해의 우울한 샹송을 가슴으로 듣는 기회가 될 거예요. 순록들은 두툼한 고요를 몸에 두르고 한 뿌리…
[2013-10-01]내가 숲 속에 있을 때 특히 버드나무, 주엽 그리고 너도밤나무, 참나무 소나무들이 은밀한 즐거움을 내뿜어주는 것을 느낀다. 그들이 나를, 날마다, 구원한다고 할 수도 있다…
[2013-09-26]지하철 출근길 맞은편에 앉은 여자가 핸드백을 열고 화장을 한다 새끼 누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장정에 오른 누 떼의 헐거운 발굽이 탯줄 같은 상형문을 마른하늘에 눌러쓴다 …
[2013-09-24]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시골 버스를 탄다 시골 버스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황토흙 얼굴의 농부들이 아픈 소는 다 나았느냐고 소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낯모르는 …
[2013-09-19]스스로 껍질을 깨뜨리면 병아리고 누군가 껍질을 깨주면 프라이야. 남자의 말에 나는 삐약 삐약 웃었다. 나는 철딱서니 없는 병아리였다. 그 햇병아리를 녀석이 걷어찼다. 그때 걷…
[2013-09-17]맑은 영혼의 땅 티베트에도 거지가 있다 사원이나 찻집마다 따라 붙는다 티벳사람들, 주머니가 궁해도 이승의 공덕을 쌓게 해주어 고맙다고 거지를 후하게 대한다 시인살이 하…
[2013-09-12]전봇대, 가로등, 그녀 다시 전봇대, 전봇대, 가로등, 그녀 다시 가로수 하나, 둘, ....., 그녀 다시 그녀가 나타나면 흐려지는 풍경, 다시 세피아, 액센트, 누비라…
[2013-09-10]할아버지는 Toner’s Bog에서 잔디를 가장 많이 자르는 분이셨다. 한 번은 종이로 엉성하게 막은 우유병을 할아버지께 갖다드린 적이 있는데 한 번에 쭉 들이키신 후, …
[2013-09-05]시고 떫은 열매를 매다는 그 나무에 곱은 꽃잎만 피우는 그 나무에 어쩌자고 실밥 같은 벌레가 오글대는 것일까 삭은 날개를 기운 나방이 날아드는 것일까 그건 어쩌면 당연한…
[2013-08-29]많이 아프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어떤 것보다 더 아픈 것보다 더 아픈, 황홀하고 어지러운 밤낮의 취기에서 뛰어나가 헤매며 머리 부딪혀 피 흘리는 맹목의 밤벌레의 울음처…
[2013-08-27]그녀가 등장한다. 그녀의 구두 뒤축에서 우수수, 사막이 떨어진다. 그녀는 사막을 가로질러 왔으리라. 그녀의 머리카락에는 모래 폭풍이 묻어있다. 모래 폭풍은 그녀의 흔적을 지우며…
[2013-08-22]오늘은 침대를 뉴욕시로 가져갈 거야 찢어진 담요와 늘 가지고 다니는 시트면 침대는 완성되지; 나는 이것들을 밀며 세 개의 캄캄한 고속도로를 건너거나 600,000 희미한 별…
[2013-08-20]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이제 다 못 헤는 것은쉬이 아침이 오…
[2013-08-15]우리동네 김 할머니는 짝을 만난 지 반세기만에 불공평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 했습니다 키도 생김새도 다른 찻잔과 받침대가 어떻게 짝이냐고 젓가락처럼 키가 맞기를 하나 신발…
[2013-08-13]그 옛날 난 타오르는 책을 읽었네 펼치는 순간 불이 붙어 읽어나가는 동안 재가 되어버리는 책을 행간을 따라 번져가는 불이 먹어치우는 글자들 내 눈길이 닿을 때마다 말들은 …
[2013-08-08]형은 평생 독선생을 자청한 할아버지의 두툼한 손을 가졌다 고등학교를 들어갈 나이가 되어서도 공책 몇 장씩 가족 이름만을 필사하던 장애 이급의 손을 가졌다 그는 가난한 친…
[2013-08-06]겨울이 되니 파리가 천장에 붙어 꼼짝하지 않는다. 나는 파리채로 파리를 잡았다. 여름에는 잘도 도망가다가 지금은 아예 꿈쩍도 안 한다. 그래서 내년 여름에 보자 하고 …
[2013-08-01]뉴욕한인회(회장 이명석) 주최, 뉴욕한국일보 주관으로 오는 10월4일 맨하탄 한복판에서 열리는 ‘2025 코리안 퍼레이드 및 페스티발’ 조직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보와 함께 새롭게 추진되는 이민 정책들로 인해, 최근 한인사회에서 시민권 신청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제 80주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 준비위원회 모임이 지난 1일 오후 1시 30분에 샌프란시스코 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