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정상회담 계기로 본 남가주지역 배포 실태와 현황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민족화합을 다짐하는 역사적인 순간들이 보도되면서 한국뿐 아니라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북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보다는 미주 한인들이 북한의 문물을 접할 기회가 더 많았지만 이념이란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해 그저 엿보기 수준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서는 북한 그림이나 공예품 전시회도 자주 열렸고 지난 해에는 평통자문위원회 후원아래 한국교향악단 주최로 남북가곡의 밤을 개최하며 남북 음악을 비교해보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한국교향악단은 당시 공연을 담은 CD를 곧 출간할 예정이다. 이 CD에는 김일성 작곡 작사의 ‘사향가’등 남북한 가곡 8곡씩 모두 16곡이 수록된다.
남가주 지역에서는 올림픽과 후버 인근에 위치한 전금여행사(대표 김충자)가 유일하게 북한 서적과 비디오를 판매 또는 대여하고 있다.
여행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남북 정상의 첫 만남이 TV를 타고 보도되면서 새로워진 김정일 위원장의 이미지를 확인하겠다며 비디오를 빌려가는 한인들이 눈에 띠게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금 여행사가 소장한 비디오는 영화 150종류와 기록영화 300종류. 대여는 일반 한국비디오점과 마찬가지로 10달러 디파짓에 개당 1달러50센트를 받고 있다.
한국 모 일간지의 불법 복사본까지 나돌았던 ‘동물들의 싸움’ 영화 ‘도라지꽃’, 운동선수를 며느리로 보지 않으려다 결국 맞이 한다는 내용의 ‘청춘이여’ 북한 노인들의 연애를 소재로한 ‘대동강에서 만난 사람들’ ‘도시처녀 시집가요’등등 다양한 소재의 비디오가 나와있다. 또 북측 시각에서 담은 6·25전쟁 기록영화 ‘조국해방 전쟁’ ‘우리는 승리했다’등도 눈길을 끈다.
북한 도서는 북한과 미국의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던 91년 전금여행사가 재무성의 승인을 얻어 홍콩과 롱비치를 거쳐 2만여권을 처음 수입, 판매했다.
북한 서적은 대개 학술 연구자료용으로 미국 대학 기관이나 교수들이 구입에 그치고 일반 한인들은 많지 않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려 치료’ ‘침구학’ ‘동의보감’등 침술에 관련된 동양 의학서는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정치성이 짙은 김일성, 김정일 일대기 또는 전집에서부터 시, 소설등 문학서적, 국어사전, 도감, 역사 화보집, 악보등 정치, 문화, 교육, 사회, 경제, 음악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이 비치돼 있다. 소설 장길산, 홍경래, 이순신, ‘잊지못할 겨울’등 장편소설과 북한의 문학을 이해할 수 있는 문학 개론이나 시작법등도 눈길을 끈다.
판매가격은 시집과 소설등 단행본은 6~8달러 수준이고 비 소설류는 10~15달러이지만 북한 문학 소개 차원에서 소설류는 3달러까지 할인 판매한다.
그러나 고가의 서적도 많다. 북한이 한창 잘 나가던 시절에 제작한 컬러 화보식 ‘조선유적 유물도감’은 총 20권으로 권당 200달러에 팔리고 있고 북한의 국어사전인 총 2권으로 된 ‘조선말 대사전’은 150달러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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