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한국의 견공(犬公)들은 불안에 떨고 있을 것이다. 복날(초복 7월11일)이 다가옴에 따라 보신탕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
무더위를 잡는 보신탕. “영양탕” “사철탕”으로 불리는 개고기. 북한에서도 ‘단고기’로 인기가 높고, 고대중국 조선시대에도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복날 개 패듯”이란 말을 볼 때 삼복더위에 개를 먹는 풍습은 오래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복(伏)의 어원이 ‘사람(人)이 개(犬)를 먹는 날’에서 유래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이런 주장들은 문헌적으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중국 고대 은나라의 갑골문자는 소, 말, 돼지와 함께 개 뼈에 글자가 새겨져 있다. 또 ‘예기’에는 천자가 개를 먹었고 종묘의 제사에도 올렸다는 기록이 있고, ‘주례‘ ‘논어’ 등에도 개를 식용으로 먹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선왕조실록 중종 31년 공포정치를 일삼던 한 고위관리는 개고기를 너무 좋아해 개를 뇌물로 받고 벼슬을 내줬다는 내용도 있다.
1670년대 발간된 ‘음식지미방’에는 개찜, 개순대 등 다양한 개고기 요리가 소개돼 있어 수 백년 전부터 이미 개고기가 ‘미식’의 단계로 발전됐음을 알 수 있다.
보신탕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88년을 전후해 혐오식품으로 몰려 뒷골목으로 쫓겨 들어갔고 한때 식용찬반 논쟁도 뜨거웠다.
동물애호가로 유명했던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보신탕 문화가 야만적 행위라며 한국 대통령에게 항의 서한을 띄우기도 했다. 그러나 보신탕 마니아들은 식용으로 기른 개는 먹어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애완견을 거리에 버리는 프랑스인들이야 말로 동물을 학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신탕 마니아들은 ‘보신탕(補身湯)’은 몸을 보 하는 것이라, 음식으로 먹는 육류보다는 건강유지를 위한 ‘약’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의약적인 면에 있어서도 여름철에 한번쯤 개고기를 먹는 것은 여러모로 근거가 있다고 전한다. 특히 수술 등 질병을 앓고 난 뒤 체력저하로 소화기능이 약한 경우 개고기가 좋다는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개소주 등을 영양제처럼 오랫동안 먹는 것은 예전처럼 단백질 섭취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좋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들은 또한 영양이 부족한 사람이 음식으로 보충하면 몸이 좋아지는 것은 가능하나 아무 때나 먹으면 힘이 솟는 정력제라는 말은 지나치게 과장된 내용이라고 전한다.
지난달 29일 국제동물보호협회와 한국동물보호협회 등 동물보호론자들이 유엔빌딩 앞에서 보신문화 추방과 동물학대 금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임으로써 뉴욕에 보신문화 논쟁이 상륙했다.
한국인들에게는 몸을 보(補)하는 음식, 동물보호론자들에게는 동물학대 행위라는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보신문화에 대한 찬반 논쟁이 뉴욕에 등장한 것.
이날 시위 현장에는 동물보호론자와 한국의 지상사 요원으로 뉴욕에 파견된 한인간의 설전이 한 시간 이상 벌어졌다.
동물보호론자는 보신문화를 주장하는 한국인은 각성해야 한다며 한국정부가 보신문화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오는 2002년 월드컵 보이콧 운동을 벌일 것이라는 강경론을 펼쳤다. 이에 반해 한 지상사 요원은 보신탕이 동물학대라는 식의 주장은 한국민족을 크게 오도하는 것이고 보신문화를 핑계로 세계적인 축제인 2002년 월드컵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동물보호협회의 편견을 꼬집었다.
특히 이날 시위현장에는 한인들이 데리고 있는 애완견을 앞세우고 동물보호협회의 보신문화 추방 시위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뉴욕에 살고 있는 이들 한인들은 한국동물보호협회가 세계적인 도시 뉴욕에서 한국의 보신문화 추방 시위를 통해 한민족을 오도하는 것은 물론 이 곳에 살고 있는 한인 모두를 동물학대자로 비하시키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항변했다.
이유야 어떻든 옳고 그름을 떠나 “먹느냐 마느냐”에 대한 보신문화 찬반 논쟁이 뉴욕에서 펼쳐짐에 따라 한인들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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