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열의 경제칼럼
▶ <뉴욕 페이스대 석좌교수>
더운 날씨에 꿈 얘기를 쓰고나서 생각해보니 다른 한가지 꿈이 빠진 것 같아 이왕 얘기 난 김에 마저 얘기할까 한다.
이 꿈에서는 한인사회에서 지난 40여년간 왕성히 활동해 온 왕선배와 필자가 평소에 아끼는 여러 회계사들 중 한사람인 소후배가 나눈 얘기들이 유독 인상깊어서 그 얘기들을 여기에 옮긴다. 비몽사몽간에 들은 얘기라 그렇게 읽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소후배- 왕선배님을 볼 때마다 생기는 의문이 있습니다. 예순이 다 되신 분이 어떻게 청년회의 회장을 계속 하시나요?
왕선배-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란 거 몰라? 내가 한국청년회를 만든게 스무살 청년일 때였고 그 후 40여년간 초지일관 청년의 마음으로 봉사해왔지. 한번 청년은 영원한 청년이라고 말이야.
소후배- 아, 그래서 기관이름을 청년회에서 청장년회로 바꾸셨군요.
왕선배- 자네는 직업이 회계사라 항상 너무 확실한게 골치가 아파. 그 이름을 바꾼데는 깊은 뜻이 있다고.
소후배- 남들이 모르는 깊은 뜻이라면.
왕선배- 대외적으로는 청년회로 알려져 있지만 부동산 등록이나 대외서류가 필요한 데에는 청장년회로 되어있지. 왜 그렇게 했는지는 수준이 낮은 자네같은 곧은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들거야. 그냥 넘어가.
소후배- 관심있는 한인식자층에서 한인사회기관들의 투명성이 결여된 회계와 운영방식 때문에 차후의 모금활동 등에서 동포들의 성의가 왜곡되어지고 배신감을 느끼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왕선배- 나도 신문 방송을 통해서 들어 잘 알고 있어. 그런데 우리 한인사회에서 지탄받는 기관장들도 할 말이 있다구.
소후배- 좀 이해하기 힘든 변명 등은 한인사회에서 이제 진저리가 나 있는 것 같은데요.
왕선배- (목소리를 높이며) 모르는 소리 하지 말아. 내가 온몸을 바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청년회관 모금 활동할 때 회계가 투명한게 무슨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 모금 활동에 또 내 포켓 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아는 사람들은 안다고.
소후배- 미국 세법에서도 정당한 모금에 드는 비용은 공제도 허가되어 있고 또 비영리법인도 여러 가지 경비의 합법적 지출이 허용되어 있습니다.
왕선배- 우리 이민1세들은 그게 무척 불편하고 체질에 맞질 않는단 말이야. 말이야 바른 말로 모든 활동에서 세법 따지고 해서야 단체장하는 재미가 있나.
소후배- 단체장 말씀을 하시니까 얘긴데 어떻게 40여년간 혼자 회장직을 독점하세요?
왕선배- (얼굴을 펴며) 아 그건, 들어봐. 내가 여러번 물러나겠다고 밝혔는데 회원 여러분들이 나 아니고는 안된다는 거야. 내가 얼마나 사양하는 척, 아니 사양했는지, 우리 회원들, 특히 여성 회원들은 나 아니고는 모임이 깨진다면서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들을 냈다는 건 모두가 알아.
소후배- 공식 영문 서류들을 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 되는 분들이 사무실에 있는지 때로는 기가 찰 정도의 실수를 하시는데.
왕선배- 이 사람이 진짜 수준이 낮은 소릴하네. 영문 서류 다 잘보고 제대로 해버리면 나중 영어 몰라 그렇게 됐다는 변명이 통하질 않찮나. 그게 얼마나 편한 변명인데.
소후배의 얼굴이 슬프게 그늘지는 듯 마음이 아픈 듯 어두워지려 했으나 꿈에서는 그게 확실히 보이질 않았다. 슬픈 꿈은 어서 가을이 왔으면 하는 바램을 우리 모두에게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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