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씨가 21일 KBS 1TV의 ‘도올의 논어이야기’를 돌연 중단한다고 밝혀 그 배경이 관심을 끌고 있다.
도올의 고전강의는 그의 특유의 강연방식에 힘입어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우리사회에 `도올 신드롬’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러나 학계 일각에서는 도올이 고전을 너무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며 강의내용을 끊임없이 문제삼기도 했다.
도올은 이날 아침 각 언론사로 `국민 여러분께 아룁니다’라는 `방송 사퇴서’를 보내 자신이 TV강의를 통해 `권력화’돼가고 있어 이를 단절할 필요성을 느꼈으며 학문의 본령에 충실하고자 방송을 중단키로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저를 못견디게 만드는 중요한 사실은 저 자신이 제 강의로 인하여 권력화돼 가고 있으며 이러한 권력구조 속에서 도올 김용옥이라는 인간이 소외돼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저 자신의 실존 속에 온축돼 가고 있는 권력을 부정하는 길만이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라는 엄숙한 양심의 명령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또 "강의가 비록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더라도 비록 그 공감의 장속에서 권위화돼가고 권력화돼가고, 찬반의 희롱물이 돼가고, 시세의 상품이 돼가며 반복의 나락속으로 떨어져가고 있다면 그것은 나 도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을 위해 모두 한번 깊게 숙고해 봐야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도올은 또 "학문의 본령은 앎을 나누는 것보다 앎을 축적하는 것이 더 앞서며 연찬하는 삶의 자세에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강의 중단이 결코 자신의 학문적 깊이에 대한 외부 비판에 의한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나는 나의 지식의 한계나 신체적 능력의 한계를 말하지 않는다. 인간의 지식은 무한하며 또 그 지식의 재미도 무한하며 또 그 재미의 공감방식도 무한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통상적으로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를 통해 전달할 길이 없다고 생각됐던 조직적이고 고등한 학문의 체계를 아주 비근한 삶의 체험을 통해 재미있고 쉽게 전달하는데 성공했다"며 자신의 강의가 대중매체를 통해 고차원 학문을 전달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음을 자평하기도 했다.
그는 100회로 예정된 강의를 64회에서 일방적으로 중단한데 대한 비판을 의식한듯 ‘양심의 명령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은 "도피가 아니며 정당한 단절"이라고 주장했다.
"예로부터 한 선비가 자신이 권력화돼가고 권력을 추구하는 자들의 도구화가 돼가고 있는 것을 감지할 때는 아무 이유 없이 가차없이 사양하고 낙향하거나 은거하는 것이 정당한 사회적 가치로서 존중되어 온 우리 유학의 유규한 전통"이라는 것이다.
그는 강의가 18일 64회로 막을 내린데 대해 "저 금남로를 핏빛으로 물들였던 비극의 함성이 메아리친 그 날.... ‘주역’도 제64괘(미제.未濟)로 끝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끝으로 학자의 본분으로 돌아간다며 "이제 저의 강의를 침묵으로써 다시 시작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장황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도올의 방송중단 결정은 그의 고전강의를 아꼈던 시청자와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저버렸다는 점에서 다소 무책임하고 즉흥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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