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필자는 중국의 한 경제 단체가 북한 측 초청을 받아 공식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전언을 해외 고위 소식통으로부터 접했다. 북한이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단절하다시피 했던 북중 무역을 재개하기 위한 시동을 건 것이다. 북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근래에 역점을 두고 있는 관광업 발전을 위해 중국의 투자 및 물자 유치를 모색 중이라고 한다.
2024년 러시아와 동맹을 복원한 북한이 중국의 자금을 조달할 빨대까지 꽂으면 그 돈으로 경제적 체제 불안 요인을 해소하고 핵·미사일과 재래식 군사력 개발에 한층 가속을 붙일 것이다. 실제로 북한 김정은 정권은 이재명 대통령의 화해 메시지를 외면한 채 집속탄 시험 발사 등 전쟁 능력 확충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북한의 동향이 심상치 않은데도 우리 정부 외교안보 사령탑은 적극 대응은커녕 내부 분란에 빠져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굳건한 한미 동맹에 중점을 두는 동맹파와 우리 스스로의 자강을 강조하는 자주파 간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동맹파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과 조현 외교부 장관 대 자주파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주요 현안마다 평행선을 달렸다.
갈등의 불씨를 댕기는 쪽은 주로 정 장관이었다. 그는 지난해 9월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북한의 주장에 대해 “(남북은) 현실적으로 실재하는 두 국가”라고 평가하면서 ‘평화적 두 국가론’을 꺼내들었다.
이에 위 실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는 ‘두 국가론’을 지지하거나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정 장관은 10월 국회에 평화적 두 국가론이 정부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라고 주장해 파장을 더 키웠다. 12월에는 “한반도 정책, 남북 관계는 주권의 영역이고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선언해 외교부 패싱 논란을 샀다.
동맹파는 가급적 대외적으로 직접 대응은 삼가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정부 내부에서는 자주파와 치열한 노선 경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올 3월 우리 정부가 유엔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은 동맹파의 설득 결과로 보인다. 앞서 정 장관이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북에서는 대표적인 적대시 정책으로 본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최근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가 지난달 국회에 출석해 북한 평안북도 구성시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미국 측이 군사기밀 유출로 문제를 삼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달 초 미국은 우리 측에 제공했던 북한 관련 정보 중 일부를 제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은 구성의 농축 시설에 대해 “이미 수십 차례 보도되고 공개된 자료를 사용해 정책을 설명한 것일 뿐”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정 장관이 근거로 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논문에 대해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구성 핵 시설 보고서를 단 한 번도 작성한 적이 없다”고 공개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20일 이재명 대통령이 “대체 왜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참모진과 관계 당국은 이번 사안의 경위와 진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국익, 특히 외교안보 역량, 정보 보안, 한미 동맹 관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2006년 당시 NSC와 외교부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한미 협의 내용을 허위로 보고했다는 혐의로 일부 강성 자주파와 여당 인사들로부터 공격받았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이 차분하게 조사해 오해였음을 밝혀냈다. 이번에도 해당 전례를 참조해볼 만하다. 아울러 정 장관과 위 실장 등 당사자들은 추가적인 오해나 갈등이 유발되지 않도록 언행에 한층 신중을 기하고 여야도 정쟁화를 자제해야 한다.
당초 이 대통령은 자주·동맹 노선의 균형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려고 정 장관과 위 실장을 중용했을 것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외교부·통일부 간 노선 차이에 대해 “그게 대외 외교정책을 선택할 때 공간을 넓히는 효과도 있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다만 정부가 내부적으로는 치열하게 토론을 하더라도 외부에 그 결과를 보일 때는 정제되고 일치된 입장을 내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외교안보 분란을 자초하면 북한만 웃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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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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