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달아오르는 지면과 함께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모두들 삶의 재충전을 위해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것이다. 그랜드캐년이나 로키산맥과 같은 자연의 웅장함 속에서 삶의 기운을 다시 얻으려는 이도 있고, 라스베가스와 같은 화려한 도시의 환상 속에 잠시 빠져 보거나 아니면 머나먼 이국에서 낯선 정취를 즐겨 보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행은 그 자체가 즐거운 것이지만 여행하면서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우는 가운데 그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 올해에는 큰 감동을 받을 만한 여행지를 고른 다음 그 곳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지니고 떠남으로써, 남들은 느껴 보지 못한 만족감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도록 세밀한 계획을 세워 보면 어떨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소문난 관광지를 찾아 휴가를 떠난다. 하지만 나 자신의 추억이 깃든 곳이거나 그 가치를 잘 알고 있는 곳을 찾는다면 그 여행은 좀 더 의미가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아마도 우리 동포들에게는 한국이야말로 바로 그런 훌륭한 여행 목적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은 잘 알고 있는 듯하면서도 실상은 그 매력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고향 같은 외국, 혹은 외국 같은 고향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동포들에게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관광지 못지 않게 큰 만족을 안겨 주는 여행지라는 것은 한국관광 공사가 실시한 ‘모금방문 체험기 공모전’ 응모작품들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동포들이 막연한 그리움으로 고국을 방문해서는,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고국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거나, 자녀들의 정체성 또는 뿌리 찾기라는 기대 이상의 수확을 올리고 돌아왔다고 밝히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만약 올해의 여름 휴가를 한국에서 보내기로 정하였다면 약간 다른 시도를 해보자. 이왕 천리길 찾아 나설 고국이라면 공부를 좀 하고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거나 이미 한두번 다녀온 사람이라면 특별히 볼 것도 없는 ‘조그만 나라, 한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 중 한국의 자연이나 역사·문화 유적지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껴 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예를 들어 경주의 석굴암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석굴암은 한국을 대표할 만한 불교문화 유산으로서 찬란한 건축미를 지니고 있다는 정도로 알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이 그렇게 훌륭한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문화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다. 석굴암은 왜 흙으로 된 토함산에 하필이면 석굴의 형식으로 만들어졌으며, 본존불은 과연 누구인지, 본존불의 방향은 왜 동쪽으로 되어 있으며, 석굴암의 기하학적 비례가 빚어내는 자연스런 아름다움의 비밀은 어디에 숨어있는지 등에 관한 기본 지식과 궁금증을 품고 가서 그 해답을 얻고 돌아온다면, 세계 어느 유명 관광지 방문에 못지 않은 큰 감동을 맛볼 수 있을 것이고, 왜 유네스코가 석굴암을 세계 문화유산 중의 하나로 지정하였는지 그 의미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은 문화유적 뿐만이 아니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풍부한 문화, 그리고 따뜻한 인정을 지닌 채 열심히 살아가는 한국인의 참모습 등, 한국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한껏 발견해 보려는 욕심만 있다면 고국 땅에서 얻을 수 있는 수확은 무한할 것이다.
올해에는 ‘한국방문의 해’다. 전국에서 70여개의 대형 축제와 이벤트가 열리고, 호텔 객실료에 대한 세금이 면제되며, 다양한 할인행사도 개최되고 있어 한국 방문에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여름, 더 많은 동포들이 고국여행을 통해서 뜻밖의 감동을 맛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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