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고
▶ 유의영<칼스테이트 LA 사회학과 교수>
1950년대 초 한반도가 전쟁으로 초토화 되고 수백만명의 피난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방황하고 있을 때 미국 의회는 난민을 위한 특별 이민법을 제정하였다. 이 이민법은 당시 동유럽에서 공산권을 탈출하여 나온 수많은 피난민을 대상으로 그들의 미국이민을 돕기 위한 특별법이었다.
이 특별 이민법 제정을 지켜보고 있던 미국의 일본계 시민권자 연맹은 그들의 조직력을 동원하여 정치적 난민뿐만 아니라 자연적 재해로 인한 난민도 이 법의 혜택을 받도록 로비를 하였다. 당시 일본 규슈지방에서 심한 태풍으로 발생한 난민에게 미국으로 올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 위한 의도였다. 일본 커뮤니티의 조직력을 동원한 노력의 결과로 수만명의 일본인이 미국으로 이민을 올수 있었다. 이들을 일본 커뮤니티에서는 “신 이쎄이(신 이민1세)”라고 부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같은 시기에 한국동란으로 발생된 수백만의 한국 피난민중 이 특별법의 혜택을 받은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당시 내분으로 조직력이 무력화된 미주 한인 커뮤니티는 이같은 특별 이민법이 제정된 것 자체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최근 2000년 센서스에서 집계된 미주 한인에 관한 여러가지 통계가 발표되었다. 이번에 발표된 센서스 자료에 의하면 현재 미국에는 약 108만의 한인이 살고 있고 이들중 절반 가량이 로스앤젤스를 중심으로 한 남가주 5개 카운티 광역권과 뉴욕-북부 뉴저지를 중심으로 한 북동지역 광역권에 집중되어 있다. 또 아시안이 별로 많지 않은 남부지역과 북중부 지역의 여러 주에도 한인들이 비교적 많이 자리잡아 가고 있음도 이번 센서스 결과로 확인되었다. 이것은 중국계, 일본계 등 타 아시안 집단과 비교하여 한인인구의 상대적 지역 분산도가 높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센서스 발표이후 한인사회 여론의 초점은 미주 한인인구가 200만이 넘는다고 했는데 왜 108만밖에 나오지 않았느냐 하는데에 맞추어지는 듯 하다. 미주 한인 200만의 숫자가 너무 과장되었던 것이라는 데에는 반대의견이 별로 없는 듯 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미주 한인 인구가 108만 보다는 훨씬 더 많을 것인데 한인의 인구센서스 참여율이 낮아서 실제보다 적게 집계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2010년 센서스가 발표될 때까지 108만이라는 숫자가 미국 연방, 주, 카운티, 시정책의 제반 분야에서 한인인구의 기본적 수치로 쓰여질 것이라는데에 있다. 우리가 아무리 108만이 넘는다고 해도 별로 도움이 안된다.
인구의 증가는 이민의 이입과 이출, 그리고 출산과 사망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지 커뮤니티 인사들의 체감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커뮤니티에서 말하는 체감인구가 실제인구의 배 이상 되는 것은 한인사회 뿐만 아니라 타 소수민족 집단에서도 비슷하다. 미 연방 센서스국은 2000년 센서스 직후 실시한 표본조사결과를 근거로 2000년 센서스 누락율을 1.2%로 추정했다. 어느 민족집단 보다도 교육수준이 높은 한인 인구의 누락율이 전국 평균치 1.2%를 초과할 것 같지는 않다.
미주한인 108만의 숫자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이는 조직력이 막강하고 연방의원 등 수많은 미국 정치인사를 배출하고 있는 일본계 인구보다도 더 많은 숫자이다. 남가주와 북동부 지역을 양주축으로 미국의 여러 지역에 자리를 잡고 활동하는 108만의 힘을 효율적으로 조직화하여 결집할 수만 있다면 미주 한인사회의 이해에 도움이 되는 많은 일을 할수 있다. 모험적이고 부지런한 1세들의 저력과 교육수준이 높고, 조직적이고 합리적인 2세의 저력을 모아 조직을 강화하면, 미주 한인사회는 어떤 소수민족 보다도 생산적이고 공헌하는 자랑스런 민족집단이 될 수 있다. 숫자가 너무 적게 나왔다는 우려보다도 108만의 힘을 어떻게 조직화하고 효율적으로 결집할 수 있느냐 하는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