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잇는 성금, 성조기 물결’
▶ 테러이후 자발적 미국사랑 성숙한 주인의식 돋보여
버뱅크에 사는 전세권(45)씨는 지난 13일부터 6일째 성조기를 사기 위해 옐로우페이지도 뒤지고 셔먼옥스, 할리웃의 가게들까지 샅샅이 찾아다녔지만 가는 곳마다 국기가 매진돼 발길을 돌렸다. 전씨는 궁여지책으로 집에 있던 소형 성조기를 차 유리에 붙여놓았지만 뭔가 해야 할 일을 못한 것 같은 허전한 기분을 지울 수 없어 또 다시 이곳저곳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워싱턴·뉴욕 테러참사사건 이후 희생자 추모와 미국의 단결을 호소하는 행사들이 전국에서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한인들도 성조기 게양, 성금모금, 헌혈 등 주류사회의 움직임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등 미국시민의 일원으로 융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당수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손을 잡고 성조기를 사러 다니기에 바쁘고 성조기가 그려진 티셔츠와 재킷을 입고 등교하는 한인어린이들의 모습도 최근 며칠새 눈에 띄게 늘었다. LA한인회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헌혈 캠페인을 벌여라’ ‘차에 성조기 달기 캠페인을 하자’ ‘한인사회가 주도해서 평화대행진을 하자’ 등 얼굴없는 민초들의 애국심 어린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지난 주말 다운타운에 있는 가게에 성조기를 게양한 ‘J&S패션’ 대표 고해영(47)씨는 "미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국가위기에 함께 대처하고 희생자 추모분위기에 동참하는게 당연한 도리 아니겠냐"며 "국기를 게양하니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미국에 온 지 18년 된 홍정희(46·라크라센타)씨는 "지금껏 단 한번도 성조기를 사서 집 앞에 내건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달아봤다"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애국심이란 무엇인지, 미국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인식시켜 주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과거 본국 돕기에만 열의를 보여왔던 한인들도 이번 테러사건 만큼은 희생자 가족과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성금모금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본보에만 18일 현재까지 3만3,000여 달러의 성금이 접수됐으며 지난 16일을 기점으로 모금운동을 시작한 남가주 1,000여 교회단체들에도 성도들의 성금이 봇물을 이뤘다.
백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피를 나누기에도 한인들은 인색하지 않았다. 테러참사사건이 일어난 다음 날인 12일을 시작으로 한인타운을 비롯한 LA일원의 적십자사 사무소에서는 개인은 물론 단체로 헌혈을 하려는 한인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찰스 김 한미연합회 사무국장은 "비극적인 사건을 맞아 희생자에 대한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고 미국에 대한 고마움과 단합의 의지를 표현하려는 한인들이 크게 늘었다"며 "한인들이 미국시민으로서의 주체의식을 갖게 되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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