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에서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모든 교과과정을 미국인 선생님으로부터 배우는 영어유치원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한 달에 100만원이 넘는 유치원 수업료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치열할 만큼 한국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영어 교육에 지나치리만큼 열성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의 영어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직접 미국을 찾는 경우도 많아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많아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어쩌면 오늘날 한국의 경제가 어렵게 된 데에는 지나친 한국의 학부모들의 영어교육에 대한 열성이 한 몫 했을지도 모른다는 자괴감도 든다. 한국에 살면서 왜 그렇게 영어교육에 힘을 다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이다. 한국에 있는 한 회사의 회의시간에 영어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에 그 회사의 사원들에 대한 동정심이 일어났다.
이렇듯 한국에서는 영어교육에 대한 열의가 대단한 반면에, 정작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경우에는 영어에 대해서 초월한 듯 보일 정도로 영어공부에 대해서 너무 무관심하다. 사실, 무관심하다기보다는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인타운에 있는 대부분의 상점들이 한국 사람에 의해서 운영되어지고, 은행 등 우체국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공기관에서도 영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 살다보니 굳이 시간과 돈과 노력을 들여서 영어공부를 해야하는가 하는 회의감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2세 3세들에게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만큼, 미국 땅에 살고 있는 한인 부모들도 그만큼 영어공부에 힘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의 눈에 영어도 못 하는 부모님들이 조금은 한심하게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은 결코 그들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영어를 잘 하면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과 영어를 못 하기 때문에 한국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과는 천지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은 영어도 못 해’라는 의식이 은연중에 부모님을 무시하게 되고, 친구들에게 부모님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그런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식 교육을 받은 그들에게 ‘효(孝)’를 강조하여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영어를 배우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올바른 부모와 자녀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는 영어공부 이만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자녀들의 선생님을 만나서 자녀들에 대해서 간단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말하기는 할 수 있어야 하며 자녀의 미국인 친구들이 집에 놀러와도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는 영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자녀 학교에서 보낸 가정통신문을 읽고 요점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영어 읽기 공부를 힘써야 한다. 미국의 공공서류를 작성하고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간단한 문장의 항의편지는 쓸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쓰기 공부는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풍부한 미국문화를 자녀들과 함께 누릴 수 있을 정도의 미국문화에 대한 공부는 해야 한다.
이렇게 부모님들이 영어공부에 성의를 다하는 모습을 보일 때, 자녀들도 좀 더 한국어 공부에 성의를 다할 것이다.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미국에 사는 한국인의 자랑스런 모습을 보여줄 때, 자녀들은 훌륭하게 자라서 능숙한 한국어로 인터뷰할 수 있는 자랑스런 한국계 미국인으로 자랄 것이다.
그렇게 자녀들은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부모님들은 영어를 열심히 공부한다면, 적어도 서로 다른 언어 때문에 발생하는 오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같은 언어의 공간이 마련되었을 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자녀들과의 정다운 관계와 진정한 이해를 원한다면 자녀들을 위해서 영어공부를 지금이라도 시작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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