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45·부동산 중개사)씨는 일 하느라고도 그렇지만 주말을 즐기느라 일년이 내내 바쁜 사람이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을 향유하려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는 그는 철 따라 이 산 저 산 찾아다니며 풍류를 즐기던 조선시대 한량의 모습과 참 비슷한 구석이 있다.
천지에 꽃들이 흐드러지도록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는 봄이 오면 그는 상춘객이 되어 소풍을 떠난다. 겨우내 쌓인 눈이 녹아 여기저기에 폭포가 흘러내리는 샌타모니카 마운틴, 인적이 드문 말리부 크릭 팍은 그가 봄철에 자주 찾는 하이킹 코스이다.
햇살 따가운 여름이 오면 수상 스포츠를 좋아하는 그는 바다로, 호수로 발걸음이 바빠진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물놀이를 나간 그는 호수에 보트를 띄우고 워터 스키를 즐긴다. 빠른 속도로 하얀 물살을 가르며 수면을 달릴 때의 그 시원스럽고 거침없는 느낌이라니. 일상의 스트레스와 감정의 응어리들은 하얀 포말과 함께 물 속으로 흔적도 없이 녹아든다. 특히 태양이 작렬하는 남가주의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긴장감을 즐기다 보니 더위를 모르고 계절이 후딱 지나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처음 나가면 심한 몸살이 날 정도로 워터 스키는 격심한 전신 운동이다. 1시간 정도만 하고 나면 운동 깨나 했다는 그 역시 녹초가 될 정도로 에너지 소모가 크다. 워터 스키를 하기 위해서는 수영도 함께 병행해야 하는데, 그래서일까. 배가 나와 걱정이라는 친구들은 늘 그의 날렵하고 다부진 몸매를 부러워한다.
다소 야성적이고 거친 스포츠라 사내들만 할 수 있음이 아내와 자녀들에게 미안할 때면 그저 한가하게 배를 드리우고 가족과 함께 뱃놀이를 즐긴다. 호수에 은빛으로 부서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잔잔한 바람에 실려 이리저리 기우뚱거리는 배에 몸을 맡기고 누워 머리 복잡해지지 않는 책을 읽는 오후의 한가로움을 그는 사랑한다.
산봉우리마다 하얀 눈이 쌓이는 겨울이 오면 안 그래도 사는 게 행복한 그에게는 또 다른 기쁨의 이유가 생긴다. 빅베어며, 맘모스로 그 좋아하는 스키를 타러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얀 눈을 가르며 활강하는 스릴 때문에 그에게 겨울은 전혀 추운 계절이 아니다.
가을이 깊어 가는 요즈음, 그는 대체 무엇을 하며 주말을 보낼까. 코가 쨍 하는 느낌이 들만큼 상쾌한 가을날, 그는 달리기를 하면서 이 좋은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여놓는다. 그저 동네 한 바퀴 뛰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이 아름답다면 멀리 빅베어까지 차를 타고 달리기 원정을 떠날 만큼 그는 모든 일에 늘 열심이다. 목적 없이 달려도 과정이 좋은 달리기이지만 내년 3월, LA 마라톤에 출전하겠다는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뛰다 보면 올 가을은 더 짧아질 것 같다.
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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