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산체스는 언젠가는 이 순간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며칠 전 막상 소식을 접했을 때 그것은 여전히 충격이었다.
미국의 수많은 TV, 신문, 잡지 등의 광고에서 산체스가 분했던 커피 농부 후안 발데스가 이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어깨에 판초를 두르고 충직한 노새와 함께 서있는 콧수염의 농부 후안 발데스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광고 주인공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인물의 하나로 꼽힌다. 이 정직하고 따스한 인상의 광고 주인공은 콜롬비아 커피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로 만드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하지만 커피원두 가격이 30년만의 최저수준으로 폭락하면서 광고비를 대던 커피 재배업자들은 이 마케팅을 포기하기로 했다.
"결말이 이렇게 날 줄은 정말 몰랐다. 내가 너무 늙어서 은퇴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대치될 줄 알았다"
지난 1969년부터 후안 발데스 역을 해 온 66세의 산체스는 한탄한다.
후안 발데스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광고 주인공 가운데 하나다.
지난 해 미국인들의 후안 발데스 인지도는 60%에 달했다. 그가 출연하는 광고물의 ‘카페 데 콜롬비아’ 로고의 인지도는 85%로 나이키나 미셸린(타이어)보다 높았다.
산체스는 후안 발데스로 출연한 두 번째 사람으로 그 자신 한때 커피농사를 지었지만 생의 대부분은 그림 그리기와 가족 부양에 전념했다.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산체스는 인내심 많고 부지런하고 충실하며 각종 스포츠 행사에 참석, 사람들과 악수하는 것을 즐긴다. 함께 일해본 사람들은 그를 "완벽한 광고모델이며 대변인"이라고 칭찬한다.
"산체스처럼 장수한 상품광고 대변인은 없다. 대부분의 경우 광고 속의 주인공과 실제 모델은 구분되지만 산체스는 거의 흡사한 삶을 살아 왔다"
후안 발데스 마케팅을 개발한 뉴욕 광고회사 DDB 월드와이드 마케팅의 피터 르콤테 사장은 말한다.
후안 발데스는 콜롬비아산 커피를 파는데 많이 기여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커다란 기여는 게릴라와 코케인 재배로 얼룩진 콜롬비아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커피라는 측면에서 순화해 온 것이다.
"나는 정직하고 열심히 일하며 전통적으로 살아가는 콜롬비아 커피 농부들의 이미지를 심어 왔다"
메데인에 있는 집 현관에 앉아 산체스는 강조한다.
후안 발데스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커피원두의 생산이 세계적으로 공급과잉 사태를 빚으면서 가격은 폭락했고 콜롬비아산 커피의 마케팅을 후원해 온 콜롬비아 커피 재배업자 전국연맹은 급기야 광고예산을 삭감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41년 동안 무려 13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광고에 쏟아부은 콜롬비아 커피 재배업자 전국연맹은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지난 1987년에는 4,400만달러를 광고비로 책정했다가 지난해에는 1,600만달러만을 지출했다. 이 액수는 올해에 다시 500만달러로 곤두박질쳤다.
"후안 발데스는 카를로스 산체스의 삶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후안 발데스의 퇴장은 산체스가 수족을 잃는 것과 같다"
산체스와 43년간 살아온 아내 알마는 이렇게 한숨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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