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방황 끝내고 GED 도전 써니 황 양
▶ 6세때 고아, 3년전 뉴욕에... 아버지 유품서 용기. 향학의지
눈물이 날 때면 창문을 연다. 턱을 괴고 하늘을 보면 그리운 엄마 아빠가 말을 걸어오는 듯 하다. "써니야 꿋꿋하게 살아가야 한다."
플러싱 한 단독주택 다락방에 혼자 살고 있는 써니 황(18, 한국명 선낭)양은 올해 고교졸업검정고시(GED)에 도전한다. 보통 청소년들에겐 별 것 아닐지 모르나 써니에겐 참으로 중요한 시험이다. 오랜 방황을 딛고 힘차게 일어서기 위해 세운 새로운 목표이기 때문이다.
써니는 미항공우주국(NASA) 과학자였던 황규현씨와 박관숙씨의 맏딸로 1983년 메릴랜드주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행복은 너무 짧았다. 아버지가 간암에 걸려 2년간 투병하다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4개월 뒤 악성뇌종양으로 남편의 뒤를 이었다. 써니가 6살 때였다.
2살 어린 남동생과 졸지에 고아가 돼 서울 친할머니에게 맡겨졌다. 부모를 잃은 슬픔을 친할머니 품에서 위로받았으나 할머니마저 몇 년 뒤 숨졌다.
사춘기 때 할머니의 유품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진, 일기장, 녹음 테이프 등을 발견하고 다시 미국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큰아버지를 졸라 3년 전 뉴욕으로 왔다.
하지만 외로움과 영어 실력이 달려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퇴학당했다. 한때 네일살롱에 나가 풀타임으로 일하는 등 일반 청소년과는 다른 생활을 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부모님 유품을 다시 찾아보고 공부를 재개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지난해 여름 플러싱 YWCA에서 GED 준비를 하다 ‘라디오 풋내기 프로그램’에 등록한 것이 그간 흔들렸던 좌표를 되찾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써니는 21일부터 5일간(오전 7~10시) 공익라디오 WNYC820AM과 93.9FM주파수를 통해 방송되는 ‘라디오 풋내기(Radio Rookies)’ 프로그램에 선정된 5명 중 한 명으로 출연, 외롭게 살아온 지난 세월과 장래 목표 등을 얘기한다.
"나는 다락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남들은 혼자 사는 것이 편안하다고 하지만 저는 외로워 싫습니다. 저를 깨워주는 사람도 없고, 학교에 가라고 말하는 가족도 없으며 텔레비전을 같이 볼 사람도 또 집에 돌아와 인사해야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만약 지금 엄마와 아빠가 살아계신다면 저도 다른 친구들처럼 대학생활을 하고 있겠지요......"
써니가 방송할 내용의 일부는 비록 눈물겹지만 앞으로는 보다 열심히, 건강하게 살아가겠다는 의지와 희망도 넘쳐난다.
써니의 아버지는 살아있었을 때 아내와 2자녀를 위해 가족의 이야기를 녹음했고 일기도 써 남겼다. 또 자녀들의 침대와 식탁 테이블 등도 직접 만들어 줄 정도로 자상했다.
"엄마, 아빠, 동생과 행복하게 살았던 메릴랜드주 보위로 돌아가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게 나의 가장 큰 꿈입니다. 때문에 대학도 그곳으로 가고 싶습니다."
써니는 가끔 서울 큰 아버지집에 있는 남동생과 통화할 때면 온 가족이 합창했던 에델바이스 노래를 같이 부른다. 그리곤 동생에게 말하곤 한다. "하늘 나라에 계신 엄마 아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살아가자"고. 그러나 이 말은 써니가 자신에게 다짐하는 스스로의 약속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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