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퀜틴 ‘자이언츠’, 9년째 한 시즌에 25경기 치러
이 어중이떠중이 야구팀은 원정경기는 절대로 가지 않는다. 이 팀과 게임을 하고 싶으면 반드시 상대팀이 이 팀의 홈 구장으로 찾아와야만 한다. 홈 구장 텃세가 너무나 심해서 어떤 때는 상대팀이 아예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상대팀이 와서 경기를 한다 해도 코치는 누가 뛸지 막판까지 선수명단을 채우지 못한다. 출장명단에 있는 선수들 가운데 누가 독방에 감금되는 벌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20명의 선수 모두가 복역중인 재소자들인 것이다.
야구선수라면 베비브 루스나 루 게릭 등 전설적인 스타들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샌퀜틴 교도소의 야구팀 ‘자이언츠’ 소속 선수 20명은 모두 살인, 절도, 사기 등 전과자들이다.
사방이 높은 벽으로 둘러쳐진 그들만의 리그에서 샌퀜틴 자이언츠팀이 9번째 시즌을 맞았다. 한 시즌에 25경기를 치르는데 상대는 대학 팀이나 장년층 팀이다. 경기 전 야구장비를 철저하게 검색 당하고 고성능 총으로 무장한 경비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가 열리는 만큼 제법 용감한 팀이 아니면 이곳에서 경기를 하기 어렵다.
올해는 40세 이상으로 구성된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 야구팀 ‘KC 모나크스’가 자이언츠와 시즌개막 경기를 갖는 용기를 발휘했다. 모나크스 선수들은 구장에 들어가기 전, 교도소 당국으로부터 만약 인질로 잡히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해도 교도소측이 몸값을 위한 협상에 절대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사전 경고를 받았다. 이 무시무시한 조건을 받아들이고 구장에 들어가자 이번에는 100% 재소자로 구성된 심술궂은 관중들의 엄청난 야유 세례를 받아야 했다.
자이언츠는 단순히 딱딱한 교도소가 주는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야구를 하는 것만은 아니다. 교도소 목사로 야구팀 코치를 맡고 있는 켄트 필폿은 야구경기는 재소자들이 "자유인"과 맞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이며, 그를 통해 운동 능력뿐만 아니라, 적어도 한순간만이라도 자기들이 여전히 옛날처럼 뛸 수 있음을 과시한다고 말한다. 필폿은 "그들은 오랫동안 격리돼 있었기 때문에 외부의 사람들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전과자라고 배척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한다"고 말한다. 그는 "비록 9이닝 동안에 불과하지만 선수들은 자유인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역시 재소자인 심판이 경기 시작을 알린다. 샌퀜틴에는 야간 조명시설도 스코어보드도 없으며 외야 펜스는 오렌지색 원추로 대신 표시돼 심판의 재량이 끼여들 여지가 많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의 전문직 종사자들로 구성된 베테런 팀인 모나크스의 투수 릭 마이다는 "우리가 이기고 있을 때 해가 지기 시작하면 완전히 해가 질 때까지 경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이 이기고 있으면 경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린다"고 말한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33개 교도소 중 여러 곳이 지난 몇년 동안 야구팀을 만들었다. 하지만 외부 팀과 경기를 하는 곳은 샌퀜틴을 포함해 단 두 곳뿐이다. 샌퀜틴 야구팀은 지난 94년 교도소 목사인 얼 스미스가 포수용 장갑을 갖고 있는 한 재소자를 보고 사용할 줄 아느냐고 물어본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그 만남은 ‘파이어리츠’란 별명을 가진 야구팀 창설로 이어졌으나 당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팀의 목사도 겸임하고 있던 스미스가 이 팀에 연습용 유니폼을 기증해 줄 것을 요청, 샌퀜틴 자이언츠란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무기수와 단기수로 구성된 2002년 팀은 60명의 신청자 가운데서 뽑았다. 그중 일부는 선수가 되면 야구장 청소 같은 귀찮은 일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흥미를 잃어버렸다. 야구팀에 대한 자부심이 큰 필폿은 "우리 선수들은 어리석은 일을 저질러 일찍이 남자다움을 발휘할 기회를 박탈당했지만 야구장에 들어섰을 때만큼은 죄수가 아니라 야구 선수"라고 말한다. 그래도 그는 가끔 자이언츠가 젊은이 팀에게 지고 있을 때는 "재소자 본때를 보여서 겁을 팍팍 주라"고 주문한다.
안 그래도 대부분의 원정팀들은 경기도 시작하기 전에 미리 겁부터 먹는다. 이 교도소에서 매년 경기를 하는 ‘옥스’팀 선수로 활약하는 오클랜드의 변호사 짐 미한은 "철문이 닫히는 순간 정신이 바싹 든다"고 말한다.
개막전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해가 기울어 스코어보드가 없는 것이 문제가 됐다. 심판조차 몇 이닝인지, 점수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100명 남짓한 관중들은 자이언츠가 6점 앞서고 있다고 소리지르며 난리다. 모나크스 팀은 한 점을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심판은 아니라고 손을 내젓는다. 주자가 스리아웃 이후에 홈을 밟았다는 것이다.
심판이 최종적으로 자이언츠가 5-4로 승리했다고 선언하자 양 팀 선수들은 홈 플레이트에 모여 악수를 나눈다.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은 재빨리 장비를 챙겨 감방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급 살인죄로 투옥돼 응원단으로 활약하고 있는 울프 스타이프는 "오늘 다른 선수들에게 우리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줬으니 이제 감방으로 돌아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해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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