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년 전엔 볼티모어가 번창, 워싱턴은 그늘
이웃도시인 워싱턴 DC와 볼티모어는 지난 수십 년간 같은 길을 걷는 듯 보였다. 가족이 있는 주민들이 대거 근교로 이사를 나가면서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었고, 지역 경제도 침체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도시는 이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것 같아 보인다. 워싱턴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볼티모어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구 센서스 통계를 보면 볼티모어는 계속 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워싱턴은 감소세가 주춤해졌다. 결국 볼티모어는 워싱턴 주민들에게 주택가격이 훨씬 싼 볼티모어로 이사 오라고 권유하는 신문광고를 게재하기에 이르렀다.
워싱턴과 볼티모어의 인구감소 경향은 미 전역의 대도시들이 직면한 문제를 짐작하게 해준다. 보스턴, 뉴욕, 워싱턴 등 일부 도시들은 과거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됐던 다른 대도시들과 함께 부흥이냐 쇠퇴냐의 갈림길에 서있는 것이다.
도시문제 전문가인 페퍼다인 대학의 조엘 코친 연구원은 "이들 도시가 성공적으로 전환을 이루어낼지는 두고 봐야 한다. 특히 볼티모어, 세인트루이스, 하트포드와 피츠버그의 경우는 더욱 비관적이다"고 말한다. 이들 도시의 경제가 "이미 한물 간 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변화의 갭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아직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 새로 발표된 인구센서스 통계는 이들 도시가 지닌 문제를 명확히 드러내준다. 볼티모어는 2000년 센서스 이후 15개월 동안 무려 1만6000명의 인구감소를 보여 현재 전체 인구가 63만5,21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볼티모어는 지난 10년간 전국 대도시중 가장 높은 인구 감소율을 보였었다. 워싱턴 DC도 90년대에 많은 주민을 잃긴 했지만 볼티모어보다는 적은 수였고 90년대 말 이후에는 인구가 원상복귀하기 시작했다. 새 통계에 따르면 DC의 현재 인구는 57만1,822명이다.
볼티모어가 워싱턴에 뒤지는 것은 인구만이 아니다. 빈곤과 실업률도 훨씬 높다. 빈곤층이 가장 많이 살고, 미혼모 가정이 가장 많은 곳도 볼티모어다. 일자리도 인구가 더 적은 DC가 볼티모어보다 20% 더 많이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볼티모어의 마틴 오맬리 시장은 도시가 회복세에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다른 통계수치를 제시한다. 폭력 범죄율이 줄어들고 있고, 사무실 건축률도 올라가고 있다. 지난 10년간 계속 감소세를 보이던 일자리수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주택판매도 늘고 있고 집값 또한 상승하고 있다. 오맬리 시장은 "인구 센서스가 최근의 동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센서스 통계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및 지역 개발자들도 통계가 인구감소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긴 하지만 도시가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엔 모두들 동의한다. ‘볼티모어 선’지는 사설에서 인구통계가 "끝 모르는 추락의 전조"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미 전역의 오래된 도시들 중 번성하는 도시들도 주민들을 근교로 몰아내는 도시의 병리현상들-빈곤, 범죄와 빈약한 학교-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도시들은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경제 규모를 지니고 있다. 이는 이민자, 하이텍 근로자, 신규 노동자들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고, 따라서 부흥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이러한 경제의 밑바탕을 이루는 것은 연방 정부이다. 연방정부는 스스로도 일자리를 많이 제공하고 있으며 계약업체들에게도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다른 도시들이 누릴 수 없는 워싱턴만의 장점이다. 일자리도 옛날에 비해선 많이 줄어들었지만 이웃 도시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장 많다.
반면 볼티모어는 다양하고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만한 경제규모를 지니고 있지 못하다. 한때 항구와 공장들에 의존하다가 지역 금융의 중심지로 탈바꿈했지만 전국적인 합병 바람 속에 빛을 보지 못했다. 알렉스 브라운 앤 선스 투자은행처럼 지역의 주요 기업들이 다른 대기업에 합병 당하고 말았다.
실제로 볼티모어와 워싱턴 DC는 서로 지위를 맞바꿈 했다. 150년 전엔 워싱턴이 번창하는 볼티모어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었다. 조지 메이슨 대학의 경제학자 스티븐 풀러에 따르면 90년 전 볼티모어는 볼티모어-워싱턴 지역 총 생산의 6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겨우 3분의1에 불과하고 워싱턴이 나머지 3분의2를 차지한다.
도시의 확장을 가져오는 이민자의 유입에서도 워싱턴이 앞선다. 이민자들이 호텔산업의 중추를 이루면서 지역 경제를 부흥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은 지난 15개월 동안 4,000명의 이민자를 끌어들였다. 반면 볼티모어는 1,500명 이하에 머물렀다.
미시간 대학의 인구학자 윌리엄 프레이는 볼티모어는 미래에도 계속 워싱턴에 노른자위를 넘겨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볼티모어에서 워싱턴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그 반대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재건 노력에 있어서도 워싱턴은 볼티모어의 기선을 제압한다. 워싱턴은 지난 95년부터 도시 재정을 관리하는 연방위원회를 조직했고 시정부의 안정된 시책과 상승무드가 도시를 살기 좋게 만들기 위한 개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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