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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희 편집위원>
콜로라도 스프링스 인근의 평원 한가운데에 샤이안 마운틴이란 산이 있다. 바위와 나무가 알맞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산이다.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이 산은 그러나 보통 산이 아니다. 지구 상공의 모든 비행물체를 탐지하고, 세계 곳곳의 레이더와 위성을 통해 온갖 정보를 수집하는 지하 공군기지가 그 산 속에 자리잡고 있다.
50년대 냉전시대 때 지하 전투작전 센터로 극비리에 만들어진 이곳은 원자폭탄이나 생화학 무기 공격은 물론 지진에도 끄떡없는 철통 요새. 미로 같은 땅굴로 연결된 지하에 대부분 3층짜리 빌딩이 15개 동이나 있다니 어마어마한 규모다. 007 영화 세트장과 흡사한 이 지하기지에는 1,500명이 주둔하고 있는데 그 안에 자가 발전시설부터 저수지, 그리고 병원, 운동시설, 식당, 교회 등이 다 있어서 한달 정도는 무난히 자급자족이 가능하다고 한다.
일반인의 접근은 물론 철저히 금지돼 있다. 그런데 단 하나 예외가 있다. 바로 인근 도시 도미노스 피자의 배달원이다. 주둔 요원들이 햄버거나 피자에 인이 박혀서 안 먹고는 못 배기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 비판 여론의 기수인 에릭 슐로서는 미국에서 패스트푸드의 위력은 이 정도라며 저서 ‘패스트푸드의 제국’에서 이 공군기지 이야기를 소개했다.
거대한 공룡집단인 패스트푸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천문학적 의료비의 원인으로 성인병이 지목되고, 성인병의 원인으로 비만, 비만의 원인으로 과지방 식사가 지목되더니, 지방 덩어리 식사의 주범으로 패스트푸드가 지목된 것이다. 비만 관련 집단 피해소송을 비롯, 국민의 건강을 해친 책임을 따지는 반대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70년대부터 30여년 맛있게 먹던 소비자들이 갑자기 반격을 가해 오는 데 대해 패스트푸드 업계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폐암이야 흡연이 직접적 원인이니 담배 소송이 가능했지만 패스트푸드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살찌는 건 운동부족, 유전 등 무엇이든 원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음식 선택권은 소비자들에게 있으니 스스로의 책임이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담배회사들이 니코틴의 중독성을 알면서도 흡연자들에게 감춘 것이 문제가 됐듯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고지방식이 건강에 해로운 줄 알면서도 각종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을 준 중독상태에 빠뜨린 것으로 드러나면 책임을 면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현재 미국에서는 어느 날이건 전체 성인인구의 1/4이 패스트푸드 식당을 찾고, 성인의 주 평균 패스트푸드 소비량은 햄버거 3개와 프렌치 프라이 4통이다. 이렇게 입맛이 길들여진 것이 어려서부터 보고 자라온 패스트푸드 TV 광고, 놀이터등 업계의 마케팅 탓으로 밝혀지면 재판은 가능성이 있다.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고지방식은 비만과 고혈압등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식의 경고문이 햄버거 봉지에 찍힐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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