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계열 공대에서 수퍼 컴퓨터를 연구하는 한모(34)씨는 최근 학교측으로부터 앞으로 공부를 계속하려면 정부의 신원조회를 받아야할 것 같다는 통보를 받고 배신감과 함께 분노를 느꼈다. 이는 조지 부시 행정부가 수퍼 컴퓨터, 화학, 원자력과 로케트 추진 등 국방과 관련된 민감한 분야를 전공하는 유학생에 대한 특별 감시 프로그램(IPASS)을 신설키로 결정하고 현재 전국 대학으로부터 해당 유학생의 명단을 접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씨는 "예전에는 동료로 함께 일했던 미국 교수들과 학생들이 테러이후 외국인 학생을 경계하는 등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며 "어떤 때는 의심을 받아가면서까지 공부를 해야할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9·11 테러는 매년 6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외국 유학생을 포함, 관광, 임시취업 등 각종 비이민 비자를 받고 입국하는 외국인 3,500만명에 대한 비자 발급과 입국심사가 대폭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9·11 테러 당시 여객기를 납치한 하이재커 중 대다수가 관광비자를 받고 입국했거나 미국에서 유학비자로 바꾼 것으로 드러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되긴 했으나 그 여파가 테러 1주년을 맞은 최근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방정부가 올해 가을학기부터 부분적으로 시행하기 시작한 유학생·방문자 감시 시스템(SEVIS)이 전면 가동되는 내년 1월부터는 학교들이 유학생의 신상정보는 물론 전공과 이수하는 과목 등 자세한 정보를 연방이민국(INS)에 정기적으로 통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학교를 중퇴하거나 파트타임만 재학할 경우 유학비자(F-1)가 자동적으로 취소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또 지난 4월부터는 관광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이 미국에서 유학생으로의 비자변경을 금지하기 위한 시행령이 발효돼 앞으로는 미국 입국시 유학생으로 신분변경을 할 것이라는 점을 밝히지 않는 한 유학생 비자도 취득할 수 없다.
유학생과 방문자들은 심지어 미국 내 여행에서도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방학을 이용해 국내선 비행기를 탄 유학생 김모씨는 "공항에서 내리자 INS 직원이 여권과 I-20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며 "일행중 한사람은 여권이 없다고 하자 사무실로 데려가 INS 컴퓨터를 통한 신원조회를 한 후 풀려났다"고 말했다.
미국 방문을 원하는 외국인들은 해외 미국 공관에서부터 강화된 비자 심사를 받아야 한다. 올 1월부터 16세부터 45세 남성들은 기존 비이민 신청서 외에 자세한 군 경력과 직장경력을 기입해야 하는 추가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고 유학생과 교환학생들은 직장 및 보증인을 기입하는 새 양식을 지난달부터 새로 기입해야 한다. 예전에는 하나였던 양식이 지금은 3개로 늘어난 것이다. 테러 전에는 가능했던 멕시코나 캐나다를 통한 비자 변경이나 신청도 이제는 불가능해져 두 나라에서 새로운 비자를 신청했다가 만약 승인이 나오지 않으면 자신의 출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2003년 말께부터는 생체정보가 포함된 여권과 비자를 소지해야만 미국으로 입국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로 나가면 앞으로는 모든 외국인은 미국 입국의 조건으로 자신의 신상정보가 담긴 컴퓨터 칩을 신체에 항상 착용, 연방정부가 24시간 소재를 파악하고 감시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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