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 영화이야기
▶ 새 영화 ‘콘티넨탈’25’(Kontinental ‘25) ★★★★ (5개 만점)
▶ 유머 섞어가며 홈리스ㆍ자본주의 병폐
▶ 인종차별ㆍ자선 결핍증 걸린 사회 등
▶ 가리지 않고 싸잡아 비판하고 풍자
신랄한 풍자영화를 잘 만드는 루마니아 감독 라두 주드의 영화로 정치와 사회 풍자영화이자 한 여인의 속죄 행적이자 참회록이요 도덕극이다. 짓궂은 유머를 섞어가며 홈리스 문제와 자본주의의 병폐, 극우파 정권과 인종차별 그리고 자선 결핍증에 걸린 사회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또 가자의 대학살 및 아프리카의 기아와 종교 등 작은 것 큰 것 가릴 것 없이 싸잡아 비판하고 풍자하고 있다. 루마니아의 한 도시 클루즈에서 벌어지는 얘기이지만 내용은 범세계적 보편성을 갖추고 있다. 영화는 잉그리드 버그만이 나온 이탈리아의 명장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영화 ‘유로파 ’51‘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는 처음에 홈리스맨 이온(가브리엘 스파히우)이 거리에서 구걸을 하고 인조공룡들이 있는 공원에서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온은 아파트의 지하실에서 사는데 아파트가 철거되고 고급 부틱호텔 콘티넨탈이 들어서게 된다. 이온을 지하실에서 내 쫓기 위해 법정 집행관 오르솔리아(에스터 톰파)가 경찰을 대동하고 이온에게 찾아와 지하실에서 나가라고 명령한다. 오르솔리아는 법대교수였는데 왜 집행관이 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이온이 짐을 챙길 시간을 달라고 하자 오르솔리아는 잠시 자리를 뜨는데 그 잠깐 사이에 이온은 철사 줄로 목을 매고 자살한다.
이에 큰 충격을 받은 오르솔리아가 영화 내내 자기가 아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법적으로는 아무 탈이 없으나 양심상으로 견딜 수 없는 고뇌에 시달리는 자기 내면을 고백하고 이에 대한 동정심을 구하려는 행적으로 이어진다. 더구나 이온은 메달까지 탄 육상선수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오르솔리나의 죄의식은 더욱 깊어진다.
먼저 작장 상사를 찾아가 이온의 죽음을 얘기하자 그는 “네 잘못은 아니다”라고 위로한다. 이어 집에 돌아가 남편에게도 이 온의 얘기를 하지만 남편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오르솔리아는 남편과 아이들과 같이 그리스로 휴가를 가려던 계획마저 취소하고 남편과 아이들만 보낸다.
이어 친구를 만나는데 친구는 오르솔리아에게 시에서 쓰레기 하치장에 사는 홈리스들을 철거시키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홈리스들을 위해 즉석에서 500유로를 제공한다. 그 것이 마치 자신의 시달리는 양심에 대한 묘약이라도 되는 듯이. 이어 오르솔리아는 어머니를 찾아가 고백하는데 여기서 헝가리 사람인 오르솔리아가 헝가리의 극우파 정권을 맹렬히 비난하자 헝가리 정권 지지자인 어머니로부터 쌍소리 욕을 듣고 쫓겨난다. 이렇게 아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사이에 오르솔리아는 인조 공룡 공원엘 찾아가 나무에 이마를 대고 주기도문을 외우면서 용서를 구한다.
이어 우연히 만난 사람이 대학 제자 프레드(아도니스 탄타). 이예지가 담긴 에피소드가 매우 코믹하고 재미있다. 프레드는 배달부인데 등에 진 배달용 가방에 ‘나는 루마니아 사람이다’라고 적혀 있다. 차를 탄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배달부는 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사람이라고 알고 차로 들이받기 때문이라는 것.프레드와 오르솔리아는 밤새 술집에서 술 마시고 거리를 걷다가 급기야 즉흥 섹스까지 치른다. 프레드가 인용하는 인생에 관한 ‘공자말씀’인 격언은 사실은 유치한 것이지만 파고들고 보면 예지가 담긴 것들이다. 프레드는 아는 것이 많은데 브람스의 ‘대학 축전’서곡의 마지막 부분 멜로디에 ‘가우데아무스 이기투르’라고 가사를 붙인 노래까지 부른다.
마지막으로 오르솔리아가 만나는 사람이 그리스 정교회 신부. 오르솔리아로부터 이온의 자살을 들은 신부는 “자살은 절대로 저질서는 안 될 죄”라고 말한다. 그리고 신부는 오르솔리아에게 함께 주기도문을 외우자면서 둘이 모두 고개를 숙인다.
영화는 마지막에 신축 고층 건물과 아파트 그리고 낡아빠진 집들을 돌아가면서 보여주고 끝난다. 착한 오르솔리아 역의 에스터 톰파가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면서 울상을 짓는 모습이 측은하고 톰파와 프레드 역의 아도니스 탄타와의 호흡이 아주 잘 맞는다.
<
박흥진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