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조기 유학생들이 급증하면서 한인사회에 각종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최근 귀넷카운티 교육당국은 조기 유학생들의 학습능력 및 탈선으로 교사들이 골머리를 앓자 이에 대한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급기야 안내서를 제작, 불법 조기유학 근절 계몽에 나서고 있다.
안내서에 따르면 방문비자로 입국한 학생들은 방문기간이 만료되면 불법체류자로 국외 추방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대학 입학 또한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카운티 당국은 이러한 내용의 안내서를 한글로 제작, 각 학생 보호자에게 전달, 적극적인 상담을 유도하고 있으며 언론에 홍보까지 요청했다.
교육당국은 이미 한국 조기 유학생들의 학습외적인 요인들, 즉 유학생들과 보호자들 사이의 상업적 거래까지도 알고 있었다. 학생들은 대부분 친인척을 통해 숙식을 해결하며 이에 대한 대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또한 친분관계가 없을시는 보호자라는 조건을 걸어 하숙을 시키며 자동차를 사주는 등 상당한 금전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타운의 한 교수는 “미국은 청소년을 양육하기 힘들어 부모가 항상 옆에서 격려하고 도와줘야 무사히 고교를 졸업할 수 있다”며 “부모의 이해나 보살핌이 없는 이질적 문화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마약이나 갱단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한다. 그는 또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마리화나를 피우다 퇴학당하거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이 부모의 반대로 귀국하지 못해 노이로제에 걸리는 등 조기 유학생 부적응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실제로 아틀란타의 모 의사는 중학생인 자신의 조카가 뉴욕으로 유학와서 학교에 적응을 못하고 갱단과 어울려 다니며 마약에까지 손을 대자 자신의 집에 데려와 보호관찰 하고 있다. 학습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공부에 취미를 잃고 배회하며 심각한 탈선을 일삼고 있어 해당 학교 교사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가 지난해 청소년 특집을 기획하면서 만난 학생도 조기 교육의 한 피해자였다. 한국에서도 공부에 관심이 없었던 그는 영어로 공부하는 게 얼마나 심적 부담이 되었던지 우울증에 빠지고 심한 자신감 상실로 대인기피 증세까지 보였다.
“학교에 이상한 아이들이 많아요. 부모들이 부자여서 사립학교에 다니지만 애들이 공부에 별 관심이 없어요. 어떤 땐 멍하니 창밖을 보기도 하고 혼잣말을 하기도 해요”라고 던우디 이모 집에서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는 고교생 박군은 말한다.
30년넘게 교직에 몸담고 있는 한 특수학 교수는 “자녀들의 교육 때문에 미국에 오게 되었다는 한인들을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예외가 있겠지만, 미국교육의 실태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고개를 젓는다. 학과목, 연령, 교사의 질, 학교 분위기, 학부모의 협력, 학생의 능력이나 노력 등 갖가지 요소가 작용되어 교육의 질이 정해진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는 또 “미국 학교에서는 부모가 협력을 해야 자녀교육이 잘 된다고 보고, 걸핏하면 부모의 협력을 강요(?)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말을 듣지 않으면 의례 학부모에게 아이의 버릇을 고쳐달라고 하고, 아이가 학과목을 잘 따라가지 못하면 부모가 잘 가르쳐 보내야 한다는 식으로 숙제를 주며, 부모와 함께 해 오라고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미국식 교육의 허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미국의 우수 인력이 교사가 되는 것도 아니고 수업 분위기도 산만한 경우가 많아 환상은 금물이며, 창의력있는 학생이 피나는 노력으로 성공할 수는 있으나 누구에게나 미국 교육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충고다.
한편에선 어머니들까지 학교생할을 하고있다. 마리에타에 사는 주부 박모(42)씨는 지난해 7월 한 사립 중학교에 딸을 입학 시켰다. 속칭 조기 유학이다. 박씨는 딸을 학교에 보내고 방문비자로 6개월을 머물렀다. 하지만 도저히 딸을 혼자 두고 귀국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머무르면 불법 체류자가 되므로 박씨는 결국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해 학생비자를 받았다. 하루 네시간씩 주 4일 수업에 한 학기 학비가 3천여 달러. 딸의 등록금까지 합치면 6개월간의 학비만 2만달러를 훌쩍 넘는다.
둘루스에 거주하는 한모(45)씨도 최근 신학교에 입학했다. 박씨는 한국에선 교회 문턱도 가보지 않았다. 하지만 조기 유학온 딸을 보면서 장기 체류를 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박씨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성경 공부에 꾸벅꾸벅 졸다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고백한다.
그런가하면 아틀란타 일대의 상당한 한인들이 ‘생활비는 듬뿍 주겠다’며 아이들을 맡아달라는 한국 친척들의 등쌀에 골치를 앓고 있다. 하지만 한인들은 “내 자식도 마음대로 안되는 게 미국인데 남의 자식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말한다. 친척 아이들을 맡았다가 “왜 우리 아이가 이 모양이 됐느냐"는 항의를 듣고 친척과 멀어진 사례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조기 유학,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교육은 개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존중하여 다양하면서도 균형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테면 과학과 더불어 예술을, 지식기능과 더불어 인격을 존중하여 전체로서의 인간을 육성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의 신체적 성장, 지적 성장, 정서적 발달, 사회성의 발달을 조화시킴으로써 균형 잡힌 전일체(全一體)로서의 인간을 육성하려는 ‘전인교육’이 시급한 시대다.
한창 이성이나 기타 여러가지에 호기심이 많은 사춘기 학생들이 외국에 홀로 떨어져 나와 있는것 자체가 심한 정신적 충격이 아닐수 없다. 그들에게 치열한 경쟁의식을 가르치기 보다는 인간교육이 더 시급하고 절실한 세상이다.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삭막한 세상에서 우리들 부모가 이를 깨우치지 못한다면 세상은 늘 상식밖에서 배회할 것이다. 그래서 부모와의 따뜻한 대화나 스킨십이 없이 성장한 아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을 때의 세상은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편집·취재부장> /ej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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