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이 한데 모이면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험담’이다. 남을 비방하고 편을가르고 심지어는 중상모략까지 서슴치 않아 사회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시기 질투가 없는 인간이 있을리 만무하겠지만 지나치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함께 모여 논제를 놓고 토의한 후에 돌아서서 자신과 다른 의견을 내놓은 자를 비방하는데서부터 회의석상에서 다룬 이야기들을 교묘히 흘려 이간질을 일삼는 것도 일상화 된 지 오래다. A에게는 안한다고 해놓고 슬쩍 언론에 흘려 반전을 꾀하는 점잖치 못한 행태도 모두 한인단체들에서 유행하는 것들이다. 이러니 누굴 믿고 일을 할 수 있으며, 바른 생각을 갖고 있는 지도자는 또 얼마나 외로울 것인가.
이런 환경에선 어떤 능력있는 인사도 제 역량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비방과 험담, 그리고 밀심담합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지식인들의 한인사회 참여는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어쩌다 한 두 사람이 큰 마음 먹고 나왔가다도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흑색 비방과 중상모략으로 심한 인격적 모욕감을 견디지 못해서다.
한인 사회가 성숙하지 못하고 계속 제자리 걸음을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아류 문화 때문이다. 사회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절제된 행동이 요구된다. 인내와 노력 없이 저절로 잘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각 단체 및 교계 지도자들이 한마음으로 의식전환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왜 그토록 어려운 일인지 답답할 뿐이다.
우리가 목격한 월드컵 때 한국의‘신화’에 가까운 창조적 활동은 세계적인 화제를 낳았다. 대표팀도 선전했지만 국민들의 자발적인 질서와 양보, 품위있는 응원문화의 열정을 세계가 주목한 것은 그들이 새로운 한국의 힘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좋은 본보기를 보고 그저 지나쳐 버린다면 우리는 고등동물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자신의 생활속에서 변화가 일어날 때 비로소 아름다운 감동으로 인한 환희가 진정 자신의 내부에서 생성되고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보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지 않았던가.
가치있는 바른 삶으로 우리는 의식을 전환해야 한다. 그것은 빠르면 빠를수록 나와 가족,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이렇게 할 때에라야만이 사회는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수혜자는 바로 우리들 자신임은 불문가지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아틀란타는 생활반경이 대단히 좁은 곳이다. 여느 이민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특히 아틀란타는 뷰포드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활동반경이 제한돼 있다시피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말의 파급효과가 엄청나게 빨라 누구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지 않게 말하면 금새 확대 재생산돼 하루 아침에 이상한 사람이나 상종 못할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곳이 이곳의 속성이다. 명예욕이 대단한 한인들에게는 무덤과 같은 곳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사회적 품위나 가치체계를 중시하는 지식인들이 한인사회 출입 자체를 병적으로 꺼려하는 것은 아닐까.
명예란 사람에 대한 사회적 가치와 평가로서 경제적 지급능력을 제외한 윤리적 품성, 학문적 정치적 예술적 능력 등 사회생활상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모든 것을 말한다.
아무리 무한경쟁 사회일지라도 상대방을 인정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려는 풍족한 마음이 없으면 그 사람에게는 미래를 이끌어 갈 비젼이 없다. 그런대도 상대방을 인정하기 보다는 상대를 비방하고 험담함으로써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는 사람들이 많다.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상대방의 단점을 찾는 데서 시작하려는 사람은 자기 콤플렉스, 즉 열등감 때문"이라고 말한다. 진정한 승리자는 정직하고 성실하며, 세련된 서비스를 통해 조직이나 사회에서 인정 받는다. 사람과의 교류에 있어서도 이기적인 생각보다는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과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서로의 마음을 터놓는 사람이다.
세상엔 비밀이 없어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명백히 밝혀진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절대로 속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신앙도 여기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신(神)은 전지전능 하다는 믿음으로 우리가 절대자를 두려워 하듯 우리 자신을 두려워 할 때 편견에 치우치지 않으며 상대방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양식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타인을 어느정도 속일 수 있다. 그러나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 때문에 고통 받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자유를 옭아매고 자신의 덫에 갇혀 괴로워 하며 지각있는 사람으로부터 유리되는 어리석은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험담이나 비방은 부메랑이 되어 결국 자신의 인격에 심대한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 정치를 보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정치지형의 변화에 앞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국민 각자의‘의식’이다. 따라서 우리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고서는 한인사회의 장래도 마찬가지다. 각박한 세상을 따뜻하게 사는 길은 바로 우리의 마음에 달려있는 것이다. <편집·취재부장> ej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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