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여행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고민이 있다. 셰익스피어식 표현을 빌린다면 “소매치기를 당하느냐, 안 당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될 것이다.
돈 잃어버리는 것은 그렇다 치고 소매치기들이 여권을 노리는 데는 기가 찰 노릇이다. 특히 한국여권이나 한국인 얼굴이 들어간 미국여권은 인기가 있어 5,000~1만달러에 암거래된다고 한다.
외국 여행 도중 여권을 잃어버리면 정말 난감해진다. 우선 제날짜에 출국할 수 없어 일행과 헤어져야 하고 비행기표도 비싼 값으로 다시 끊어야 하고, 호텔을 잡아야 하고, 지리도 모르는데 택시 타고 대사관을 왔다갔다해야 하니 기분이 엉망이 되어 버린다. 하도 여권을 잃어버리는 관광객이 많아 대사관에서는 주말 당번 영사제도까지 두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광객을 보호하기 위해 여행사의 가이드들이 여권을 몽땅 챙겨 가지고 다녔었다. 그러던 것이 가이드가 털려 여권을 다 잃어버리는 해프닝이 몇 번 생긴 다음부터는 여권을 각자가 알아서 챙기는 것으로 되어 있다.
파리, 로마, 마드리드는 소매치기의 본고장이다. 파리 노틀담 성당은 인파에 밀리는 데다 성당 내부가 컴컴해 소매치기하기에는 더 할 수 없는 분위기다. 누가 내 몸을 더듬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로마의 콜로세움 같은 곳에서는 대낮인데도 아예 소매치기들이 관광객 뒤를 바짝 쫓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 앞에서는 소매치기의 표적이 될까봐 고야의 동상 앞에서 기념촬영 하는 것도 가이드들이 꺼려한다.
몇 년 전에는 핸드백을 날치기 당한 일본 여학생이 소매치기를 쫓아가다 자동차에 치어 목숨을 잃은 것이 큰 사회문제로 부각된 적도 있다. 이 사건 직후 동양인 단체 여행객들이 미리 신고만 하면 경찰이 에스코트 해주는 등 과잉보호까지 실시되었으나 요즘은 이 제도가 흐지부지 되었다고 한다.
관광객을 울리는 소매치기들은 누구인가.
여자 소매치기의 경우 대부분은 집시다. 집시 중에서도 루마니아에서 흘러온 집시들이다. 이들은 뛰어난 기술로 지갑을 소매치기 하지만 사람을 해치지는 않는다. 어머니와 딸, 언니와 동생, 조카 등 가족끼리 어울려 소매치기하는 것이 특징이다.
남자 소매치기의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이들은 대부분 모로코, 알제리, 세네갈 등 북아프리카인으로 소매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요즘은 강도로 변하는 경우가 많아 유럽 국가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이들이 순식간에 관광객의 머리를 둔기로 때려 기절시키는 기술은 가히 마술로 불릴 정도라고 한다. 지갑을 날치기하자마자 뒤쫓아오는 모터사이클의 사나이에게 던진다. 잡혀도 증거물이 없다. 여기서 관광객이 소매치기를 구타하면 일이 더 복잡해진다.
문제는 이 북아프리카인 소매치기들이 로마, 파리, 마드리드의 빈민촌에 거주하고 있으며 대부분 무슬림 교도들이라는 데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무슬림 거주 지역이 우범지역화 됨에 따라 각국은 아랍이민을 더 받아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프랑스의 제2종교는? 이슬람이다. 전국에 400만명이고 파리 근처만 100만명의 무슬림이 집단촌을 이루고 있다. 영국에도 400만명의 무슬림이 살고 있고 전국에 1,800개의 회교사원이 있을 정도다. 이들이 유럽으로 몰리는 이유는 아랍국가에서는 대학을 나와도 집안이 신통치 않으면 취직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지금 유럽에서 말썽을 피우고 있는 마이너리티는 대부분 과거 프랑스나 영국 식민지 출신들이다. 이들은 프랑스어와 영어에 불편이 없기 때문에 유럽, 특히 프랑스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때 아프리카 대륙에 식민지를 건설하여 세계를 내려다보며 호령하던 영국과 프랑스는 이제 그 식민지 정책이 고통의 씨가 되어 뼈아픈 대가를 치르고 있고 그 후유증이 엉뚱한 한국인 관광객에게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주 필>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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