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샌퍼난도 밸리 지역에 살면서 LA 한인타운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P씨는 요즘 고민이 생겼다. 직장이 같은 한인타운이어서 함께 통근하던 아내가 조만간 직장을 그만둘 계획이기 때문이다. 수입이 줄더라도 10대 초반의 남매를 잘 돌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지만 문제는 출퇴근이다. 이제까지는 카풀레인을 이용할 수 있어 출퇴근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었는데 앞으로 일반 레인으로 다닐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해 오는 것이다.
“카풀 레인을 쌩쌩 달리다가 가끔 옆의 일반레인 운전자와 눈이 마주칠 때가 있어요. 그러면 미안해서 얼른 눈을 돌리지요. 차들이 움직이지를 못하고 마냥 서 있으니까요”
‘출퇴근이 전쟁’인 것은 대도시 어디나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그중에서도 LA는 교통체증이 특히 심하다. 텍사스 교통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LA의 운전자들이 출퇴근중 길이 막혀 도로에서 낭비하는 시간은 연간 136시간으로 미 대도시중 수위를 차지한다. 다음은 북가주의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지역 운전자들로 1년에 92시간을 허비하고, 워싱턴 D.C.(84시간), 시애틀(82시간), 휴스턴(75시간)이 각각 3-5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136시간이면 5-6일을 오도가도 못하고 꼬박 길에 서있다는 계산. 그런 극심한 체증과는 상관없이 카풀 레인의 차들은 별 세상처럼 신나게 달리니 운전자들은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카풀 레인으로 들어갈까”하고 머리를 짜내는데 아이디어는 기발하지만 법규에는 위반된 사례들이 이따금 토픽감으로 소개되곤 한다.
예를 들면 실물크기의 인형을 옆좌석에 태우고 운전하는 아이디어. 고무 튜브처럼 공기를 불어넣은 비닐인형에 그럴듯하게 옷을 걸쳐 교통순경의 눈을 속이던 운전자가 결국은 걸려서 벌금을 물었다.
자동차에 탄 사람이 두사람이면 된다는 생각에 카풀레인을 당당하게 달리던 임신부도 벌금을 물기는 마찬가지. 태아는 아직 사람으로 볼 수가 없다는 해석이었다.
한편 시체가 든 관을 실은 장의사밴 운전기사도 카풀 레인을 달리다 고속도로 순찰대에 적발되었다. 운전기사의 논리는 시체도 한사람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렇게 교통 사정이 심각한데도 카풀은 인기가 없다. 16세 이상 직장인중 카풀 인구는 1980년 20%에서 1990년 13%, 2000년 12%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 누군가와 매일 같이 출퇴근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은 때문이다. 60년대 후반부터 30년간 캘리포니아에서 도로는 20% 늘어난 데 비해 등록 차량은 130%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교통체증이 덜해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고, 마음을 느긋하게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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