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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영(서울경제 뉴욕특파원)
한국의 16대 대통령으로 뽑힌 노무현 당선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같은 나이다.
노 당선자가 46년 9월생이고, 부시 대통령은 같은해 7월에 태어났으니, 한국과 미국의 두 지도자는 두달 차이의 동갑내기이다. 한국에선 김영삼 전임 대통령과 김대중 현 대통령의 나이에 비해 젊은 대통령이 나와 신선감을 주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는 동년배인 빌 클린턴 전임 대통령이 40대에 취임한 것과 달리 부시 대통령이 50대에 백악관을 차지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젊어 보이지 않을 뿐이다.
한국의 이번 대통령 선거는 지역 갈등의 잔재가 남아있지만, 세대간 대결 구도를 보여준 사상 유례없는 정치 행사였다. 20대와 30대의 영파워에 의해 선택된 지도자는 50대 대통령이었다. 장년층들은 젊은 대통령이 나오면 나이든 사람들이 떠나야 한다는 동양적 가치관에 의해 상당히 겁을 먹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이 50대이면, 장관은 40대에서 나오고, 그러면 공직 사회는 물론 군, 기업 등 다양한 사회에서 많은 장년층들이 직장을 떠나야 하는게 아니냐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노 당선자와 동갑내기 대통령이 통치하는 미국을 보자. 딕 체니 부통령은 62세로 부시 대통령보다 나이가 많고,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70대다. 럼스펠드 장관이 앞서 제럴드 포드 대통령 시절에 국방장관을 할 때 체니는 국방차관을 맡고 있었다.
그가 30년만에 다시 국방장관이 되는 사이에 차관이 부통령이 되었어도 나이나 계급으로 인해 미국 행정부의 국방정책에 갈등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체니 부통령이 가끔 국방장관이 아직 자신을 부하로 알고 있다고 조크를 던지는 정도에 불과하다.
며칠전에 교체된 새 경제팀에 존 스노 신임 재무장관은 63세, 스티븐 프리드먼 백악관 경제수석 비서관은 64세, 윌리엄 도널드슨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71세로 모두 대통령보다 나이가 많다.
대통령보다 나이가 많은 부통령이 나오고, 장관이 임명되어도 미국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연령에 의한 위계질서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정부 조직과 사회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장관 이상 정무직은 그렇다치더라도 그 이하 관료 사회도 미국에선 나이와 상관없이 능력 본위로 움직인다. 그 예를 들어보자.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이 클린턴 정부 시절인 지난 99년 재무 장관을 맡았을 때 나이는 44세였다. 그의 밑에는 장관보다 10살 많은 스튜어트 아이젠스탯이 부장관을 맡았고, 국제경제를 담당하는 티모시 가이스터 차관은 당시 37세였다. 이런 연령 구조에도 불구하고, 미국 재무부는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중심축으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조금도 내부적 갈등을
보이지 않았다.
노무현 당선자는 여러 가지 점에서 부시 대통령과 비슷한 점이 많다. 부시 대통령은 법원에 의해 대통령 당선이 결정될 정도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와 치열한 선거전을 치렀다. 노 당선자도 안팎에서 여러차례 고비를 넘기면서 박빙의 차이로 당선됐다.
또한 노 당선자는 부시 대통령처럼 취임 초기에 국내외의 어려운 여건을 맞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붕괴되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고, 아직도 2년째 계속되고 있는 경기 슬럼프를 해결해야 한다. 노 당선자도 북한 핵개발 프로그램 추진, 미군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 이후의 반미 확산 등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의 조율이 필요하다. 아울러 연약한 기반 위에 있는 한국 경제도 살려야 한다.
한국인들은 이번 대선에서 변화를 선택했다. 그런 만큼 국민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젊은 사람이 조직을 맡으면 지휘 통솔체계가 흔들린다는 장유유서의 전통 관념에서 벗어나 능력과 직책에 의해 움직이는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 일본이 낡은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해 10년째 장기불황을 겪고 있질 않는가. 부시 대통령의 미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눈여겨 보면
서, 노 당선자의 한국호가 가야할 방향을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in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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