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고 또 새해를 맞이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미국과 한국, 세계속에서 큰 변화를 겪으면서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고, 새로운 시대를 경험했다. 우리가 지금 맞이한 이 새해에는 이와같은 변화에서 생긴 새로운 과제가 우리 앞에 산적해 있다. 이 새해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이 두 나라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는 재미한인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시점으로 우리 앞에 다가왔다.
우선, 새해의 가장 큰 과제는 북한의 핵개발이다. 북한이 핵개발 감시 카메라를 제거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요원을 추방한데 이어 핵확산금지조약의 탈퇴를 시사하는 등 핵개발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고 미국은 이에 대해 외교 및 경제봉쇄정책으로 압박할 계획을 하고 있다. 이처럼 북미관계가 강경일변도로 치닫을 경우 한국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다. 북한
의 핵개발을 반대하면서도 봉쇄정책은 반대한다는 입장이지만 북미관계가 더욱 악화될 경우 한미공조의 틀이 손상될 우려가 없지 않다.
더우기 최근들어 고조된 한국내의 반미감정은 한미관계의 장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북핵문제가 더욱 심화되어 북미간에 군사적 대결 양상으로 발전할 경우 한국내 반미주의가 한미갈등을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이 반미정책을 취하게 되고 따라서 미국이 반한정책으로 맞서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한미 양국 모두에 불행한 일이 아닐 뿐 아
니라 재미한인들의 운명에 큰 타격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노무현대통령이 탄생하여 새해와 함께 새 정부가 여는 새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국 국민들은 새 대통령의 선택을 통해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새 정치를 요구했다. 노무현 정부는 한국사회를 개혁하여 부정부패를 없애고 빈부 격차가 해소된 진정한 민주주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재미한인들은 새 정부의 개혁으로 조국이 나라다운
나라, 즉 진정한 선진 민주주의 나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 노무현 당선자의 말 대로 북핵문제는 민족의 생사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민족의 자살행위인 핵개발을 중지해야 하며 미국은 한반도에서 평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은 북미간의 대결 상태를 완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한미관계가 악화되는 사태는 극력 회피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지금 북핵문제 뿐 아니라 이라크 문제로 심각한 상태에 놓여있다. 이라크 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평화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면 최단시일 내에 사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날이 갈수록 세계의 여론이 반미화하고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손상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3년간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가 더
이상 발목을 잡혀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미국경제의 침체는 이제 장기화, 만성화되어 있는 상태이다. 언제 회복되리라는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더욱 악화될 우려마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지난 해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연말까지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새해에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렇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국제위기의 고조와 불투명한 전망이 경제에 악재가 되고 있다.
미국경제의 침체는 미국 속에 살고있는 한인들의 경제생활을 크게 위축시켰다. 지금 한인들은 유례없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이 위기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국제적 분쟁 요인이 해소되어 미국경제가 되살아나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경제가 호전되기만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한인 업계의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
게 요청되고 있다.
새해는 특히 미주한인 이민 100주년이 되는 중요한 해이다. 지난 100년의 한인 이민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도약의 역사이다. 우리는 이 뜻깊은 해를 맞이하여 한인사회를 냉철히 되돌아 보고 앞으로 100년 이민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는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한국과 미국, 세계는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구가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파국으로 치닫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처해 있다. 그러므로 이 새해에는 한국과 북한, 미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의 지도자들과 국민들이 이 고비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우리 한인들은 이와 같은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필사적인 각오와 어떠한 위기에도 대처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이 새해를 맞이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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