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세계 한상 대회가 열렸다.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상업에 종사하는 한인 동포들을 하나로 엮어 동반 이익을 추구하자는 취지에서였다.
세계 27개국에서 온 400여 명의 경제인·무역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동포 네트워크 구성과 경제 교류를 협의했다고 한다.
전세계 600만 명에 이르는 해외 동포 중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4대 강국에만 500만이 집중되어 있는 데다,
한민족의 높은 교육열로 인해 지식 정보층이 두껍다는 데서 매우 값진 자산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예전에 비해 IT 기술을 기반으로 네트워크 구축이 쉬워졌기 때문에 한층 더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의 마오쩌둥이 공산 혁명을 통해 중국의 정신적 지주로서 국부(國父)가 되었다면, 덩샤오핑은 13억 인민의 허기진 배를 채워준 국모(國母)라 할 수 있다.
마오쩌둥이 문화 혁명의 실수를 저지르고 덩샤오핑은 천안문 사태때 무력으로 강경 진압한 과오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중국인들의 가슴 속에서 여전히 ‘어버이’로 추앙받고 있다.
특히 덩샤오핑은 공산주의 기본 정신을 훼손했다 하여 문화 혁명 때 엄청난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그는 사회주의적 시장 경제 신념을 굽히지 않고 상하이를 비롯한 남쪽 지방을 순회하면서 개혁·개방의 속내를 내비친 이른바 ‘남순강화(南巡講話)’를 계속했던 것이다.
그런데 덩샤오핑이 이 같은 개방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한 데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늘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이다.
즉, 세계 5000만 화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조국에 대한 투자를 믿었기에 개혁 개방이 가능했던 것이다.
지난해 중국 남경에서 열린 ‘화상(華商)들의 귀향’대회에 전세계 5000여 명의 화교 지도자들이 모여 조국과 함께 번영을 다짐했으며, 실제로 중국에 투자되는 해외자금의 80퍼센트 정도가 화상들의 자본이다.
세계 IT 산업의 새로운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상하이 산업 단지만 해도 재미 중국인들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화교 특유의 강한 공동체 의식과 상호 간의 신뢰, 그리고 중국 정부의 제도적 인센티브가 주효하기 때문이다.
중국 화교들이 강한 네트워크로 동남아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데 반해, 유대인들은 세계 금융가인 월스트리트의 금고 열쇠와 주요 미디어의 펜과 마이크를 쥐고 있다.
2000년의 방랑 생활에도 불구하고 유대인 네트워크는 인구에 비해 응집력이 무척 강한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이곳 실리콘밸리와 고국의 IT 인력을 연결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기대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 들어 KIN(Korea IT Network)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으며 KIN의 산하 단체인 KANE(Korean American Network Engineers)등도 많은 활동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특히 IT이외의 민간 교류를 위해 추진중인 전세계 한민족 이으미 사이트인 tedcho.com 등도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21세기 정보 기술 시대는 국경의 개념이 허물어지고, 대신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경영 체제로 패러다임이 바뀜에 따라 한상 네트워크와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의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우리 한민족에는 장보고나 임상옥 같은 훌륭한 상인의 개척 정신이 흐르고 있다.
네트워크 경제 시대에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우리 민족의 역량을 구슬처럼 꿰어야 그 진가가 발휘될 수 있다.
중국 화교들의 china.com이나 유대인들의 virtualjerusalem.com보다 뛰어난 ‘한상 네트워크’를 빨리 구축해야만 한민족의 저력을 세계에 펼칠 수 있다.
<김형백>
dkim@beneset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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