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불이났는데 문이 안열려…" 휴대폰 절규 전기 마저 나가 눈에는 칠흙 같은 어둠만이, 코와 입으로는 유독가스가,귓가에는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비명과 ‘출구가 없다’는 다급한 외침만이 들려오는 아수라장이었다.
18일 오전 대구 중구 남일동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방화 참사로 희생된이들은 가족들을 출근시키고 볼일을 보러 나가던 주부와 자영업자, 친구선물을 사러나가던 학생 등 평범한 소시민들이 대부분이어서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대구 달서구 대곡동 주부 김모(57)는 이날 오전 10시께 다급하게 울리는전화기를 받아들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대구 반월당에 있는 단과 입시학원에 간다며 30분전에 나간 고등학생 딸의 “엄마 불이 났는데 문이 열리지 않아요”라며 울먹이는 목소리가 전화를 타고 들려왔기 때문이다.
“여기 중앙로역이에요…”라는 말을 끝으로 이내 끊겨져버린 전화를 던지다시피 하고 중앙로역으로 달려나온 김씨의 눈앞에는 시커먼 유독가스를내뿜는 지하철 역사와 119구조대원에게 실려 나오는 사상자들이었다. 딸을찾아 시내 병원을 뛰어다니던 김씨는 “딸이 무사하다면 분명히 전화를 했을텐데,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며 울부짖었다.
이날 현장주변에는 가족을 찾아나선 시민들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끊이지않고 이어졌다. 이날 참사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안모(21ㆍ여)씨의 아버지는 사고 발생 몇시간 뒤 황급히 병원을 찾아 “며칠전 회사에 취직해 며칠 있으면 첫 출근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렇게 기뻐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통곡했다.
동구 율하동에서 딸을 찾아 나섰다는 김모씨도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딸이 친구 생일이라고 선물을 사러가겠다고 해서 나섰는데 아직 소식이없다”며 “집으로 전화와서 ‘연기가 많고 문이 안 열린다’고 했다”며어쩔 줄 몰라 했다.
피해자들은 이 같은 정황을 근거로 “당초 불이 난 불이 난 객차는 문을열어둬 객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불길을 피해 곧바로 대피했지만 뒤늦게도착한 옆 객차는 문을 닫아둬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이 전동차에 타고 있던 이창훈(27ㆍ대학생)씨는 “여학생들이 곳곳에서‘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쳐 생지옥이었다”며 “중앙로역 도착직후는 연기가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을 계속 열어뒀더라면 승객들이 모두 대피할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객들은 불길을 피해 지하 3층 승강장에서 계단으로 향해 달렸으나 2층대합실까지 대피한 승객들은 대부분 구조된 반면 뒤늦게 불이 난 사실을알고 대피하거나 인파에 치어 쓰러진 승객들 상당수가 연기에 질식하거나불에 타 숨졌다.
또 부상자들도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자욱한 연기 속에 계단을 오르다벽에 부딪혀 더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에 후송됐다숨진 김모(52ㆍ여)씨는 머리가 불에 약간 그을린 정도의 상처 밖에 없었지만 손톱이 다 빠져있어 칠흙 같은 어둠속에서의 아비규환을 짐작케했다.
연기가 빠져나가면서 전동차 근처에서 발견된 사망자 상당수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 신원확인에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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