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군의 바그다드 입성이 임박한 모양이다. 수도를 지키던 공화국 수비대가 쉽게 무너지면서 이미 바그다드 공항에 미군이 진입했다. 그러나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규군간의 전투에서 이라크는 미국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은 사담도 잘 알고 있다. 사담이 자신의 생명을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생화학전이나 시가전을 일으켜 미군과 민간인 피해를 늘리고 전쟁을 오래 끌어 미국 내 반전여론을 부추기는 길밖에는 없다.
이중 세균무기를 쓸 가능성은 비교적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세균은 생명체이기 때문에 한번 풀어놓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독개스를 애용하는 사담조차 세균 무기는 한번도 쓴 적이 없다.
화학무기도 통제가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바람과 기온 등 날씨에 그 효과가 좌우된다. 미제 방독면이 이라크 방독면보다 더 우수하고 훈련도 미군이 더 잘 받았기 때문에 이라크측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다. 또 생화학무기를 쓰면 그 동안 자신이 거짓말 해왔다는 점이 드러나 반전 여론보다는 반 사담 여론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시가전은 다르다. 시가전의 치사율은 정규전의 3배에 이른다. 민간인 복장을 한 정예부대를 인구 500만 바그다드 시내 곳곳에 뿌려 놓으면 미군은 물론 민간인 피해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작년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있는 제닌 인근에서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민병대 간에 전투가 벌어진 적이 있다. 사제 폭탄으로 무장한 100여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진압하는데 첨단장비를 가진 이스라엘군 1,000명이 투입돼 14일간 전투를 벌여야 했다. 헬기와 탱크 등 중화기도 시가전에서는 빛을 잃기 때문이다.
1995년 러시아군이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에 진입했을 때도 상황이 비슷했다. 중무장한 러시아 보병은 그 정도 접수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끈질긴 도시 게릴라의 저항으로 수많은 민간인 피해자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체첸인들은 러시아라면 철천지원수로 이를 갈고 있다. 그로즈니에 들어간지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러시아는 아직도 완전히 이곳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스탈린 숭배자인 사담은 바그다드 전투를 소련이 예상을 깨고 독일을 무찌른 스탈린그라드의 재판으로 만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 전투에서 소련군은 적극적으로 전투에 나서지 않는 자국군 1만3,500명을 처형하는 무자비함을 보였다. 바그다드가 스탈린그라드가 되지는 않겠지만 그로즈니의 재판이 될 가능성은 있다.
이번 전쟁은 이라크군보다 미군이 이라크 민간인 희생자 발생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특이한 싸움이다. 사담은 이라크전이 발발하기 전 이미 제닌 전투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 연구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군은 과연 사담의 흉계를 분쇄할 복안을 갖고 있는 것일까.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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