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가 처음 번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중국 광동에서였다. 300명이 전염되었으며 5명이 죽었다. 전염된 300명중 한 명이 2월21일 홍콩으로 여행, ‘메트로폴’이라는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이 전염자는 64세의 류지안룬으로 신장전문 의사였다. 그는 호텔의 같은 층에 머물던 5명의 투숙객에게 전염시켰다. 그리고 죽었다. 홍콩 사스 사망 1호인 셈이다.
그런데 당시 이 호텔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온 중국계 78세의 콴쉬춘 할머니가 머물고 있었다. 사스는 콴쉬춘 할머니에게 옮겨졌다.
콴쉬춘 할머니는 토론토로 돌아오자마자 고열이 나 앓다가 이틀만에 사망했다. 이 할머니의 아들 체치콰이(43)가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다가 전염되어 3월7일 토론토의 스카보로우 그레이스 병원 응급실에 들어왔다. 아들 체도 다음날 죽었다. 한편 체가 응급실에 실려 들어왔을 때 응급실에는 폴락(76)과 M(77)이라는 환자가 옆에 있었다. 사스는 이들 두 명에게 또 옮겨졌다.
퇴원한 폴락 할아버지가 고열이 올라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 폴락의 부인 로즈(73)가 따라왔는데 환자 가족 대기실에서 남편의 병세를 알아보는 동안 필리핀 노인 한 사람이 다가와 옆 의자에 앉았다. 로즈 할머니가 남편으로부터 감염되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옆에 앉은 필리핀 할아버지에게 옮겨졌다. 필리핀 할아버지도 사스로 죽었다.
그런데 이 필리핀 할아버지는 토론토의 BLD라는 가톨릭 기도그룹의 회원이었으며 그의 아들 2명도 멤버였다. 아들 2명은 BLD 모임에 나가 아버지의 영혼을 위로하는 기도회를 가졌다. 여기서 BLD 멤버들에게 사스가 옮겨졌다. 또 아들들은 사스에 전염된 줄 모르고 토론토에서 열린 세미나와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다른 모임에도 참석했다. 여러 사람이 전염되었다.
한편 체치콰이와 함께 응급실에 누워 있다가 전염된 M도 결국 사망했다. 놀라운 것은 그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친구들에게 사스가 옮겨졌고 M이 입원했던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전염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시사주간지 ‘타임’이 특별 취재한 캐나다의 사스 전염 경로다.
지금 사스 때문에 세계 각국이 온통 난리다. 한국에서도 1명 발생했는데 같은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 90명도 외출 금지령을 받았다. 특히 환자의 옆자리와 앞뒤 자리에 앉았던 승객들은 자택연금 상태라고 한다.
미국에도 40여명이 감염되었으나 아직 사망자는 없다. 그러나 뉴욕, 샌프란시스코, LA의 차이나타운에 미국인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져 TV 뉴스를 보니 상인들이 비명이다.
요즘 미국 레스토랑에서 동양인들이 기침하거나 재채기하면 옆자리의 미국인들이 싫어한다고 한다. 사스는 기침과 재채기로 옮기 때문이다. 재채기하면 미국에서는 ‘BLESS YOU’ 하고 인사하는 것이 예의인데 이제는 속으로 ‘DAMN YOU’ 하게 생겼다.
중국 음식점에 손님이 줄었다면 중국인 경영 다른 가게에도 미국인들이 가기를 꺼려할 것이고, 이 상태가 악화되면 중국인과 비슷하게 생긴 동양인들 가게 전체에 영향이 미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동양인 기피 바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인들은 중국과 한국에 썩 호감을 갖고 있지 않은 판국에 말이다.
만약 사스가 이라크나 이란에서 발생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때다’ 하고 미국 공항에서 마다 아랍인 차별이 기승을 부릴 것이다.
전염병이 무서운 것은 전염병에 인종차별이 얹혀져 번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사스까지 악화되는 날에는 북한의 핵 말썽에, 남한의 반미무드에, 노무현 정부의 서투른 대미외교에, 그렇지 않아도 휘청거리는 한국 경제가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철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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