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동상의 철거는 1989~91년 동구권과 소련에서 일어났던 일과 비슷한 점이 있다. 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폴란드와 헝가리, 러시아는 공산주의에서 시장 경제로 가는 ‘과도기적 경제’로 불렸다. 지금 이라크도 이에 포함시킬 수 있다.
90년대의 ‘과도기적 경제’처럼 이라크도 험난한 과제를 앞두고 있다. 35년 간의 바트당 독재는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1979년이래 GDP는 75% 감소했다. 이라크는 많은 석유 자원을 갖고 있다. 그러나 1,000억달러의 재건비용과 3,50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 등을 감당하기에는 향후 수 년 간의 석유 생산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이유로 정치적 갈등, 테러와 폭력, 종교적 극단주의, 인종 분규 등 이라크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되면 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꼭 이렇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40년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던 아시아는 이제 경제적으로 가장 활기 찬 지역으로 변모했으며 과거 공산권 국가들도 이제 시장경제로 바뀌고 있다.
과도기적 경제 치고 이라크는 잘 교육되고 테크놀러지에 익숙한 인적 자원 등 몇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바트당 집권 훨씬 이전에 이라크는 강한 무역 및 기업 전통을 갖고 있었다. 지금도 그 명맥이 남아 있다.
이라크 전체 인구의 20%에 달하는 해외 교민이 있다는 점도 유리한 조건이다. 대만과 싱가포르 등 해외에 나가 있던 화교가 자본과 해외 인맥 등을 통해 중국 경제발전에 기여한 것과 유사점이 있다. 해외 이라크인들도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다.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는 일을 중단하면 부패의 온상도 줄어들 것이고 개혁과 융통성이 꽃 필 여지가 넓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억눌려왔던 소비욕구가 폭발하면 이라크 경제는 생각보다 빨리 발전할 수도 있다.
물론 수많은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남아 있다. 현재로서는 통용 화폐도 없는 형편이다. 90년대 러시아 인들이 발견한 것처럼 시장 경제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법치주의와 계약의 존중, 재산권 보호 등이 선행돼야 한다.
이런 일들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는 않는다. 법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데 어떻게 이를 이룰 수 있을 지조차 분명치 않다.
그러나 과도기 경제가 준 가장 큰 교훈의 하나는 200년 전 애덤 스미스가 밝힌 것처럼 잘 살아 보려는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는 시장 경제의 자생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이 필수적이지만 이라크가 생각보다 빨리 재건을 이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 있다.
대니얼 예긴/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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