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떠보니 필자가 4캠프에 놓여 있지 않은가. 쉘퍼들이 데려다 준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안일이지만 필자는 그 무서운 폭풍설 속에서도 혼자 로프를 타고 내려온 것이다.
그 때 거기서 의식을 잃었었나보다. 그후 무의식 상태에서 잠재의식에 의해 끌려 내려왔기에 하나도 기억나지 않은 것이며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날이 밝았으나 푹풍설은 금방이라도 해발 7,250m의 빙벽에 설치된 우리의 천막을 휘말아 2,000m 절벽 아래로 내동댕이라도 칠 듯, 미친 듯이 날뛰고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의식을 잃어 전신 부상과 골절 그리고심한 동상으로 걸울 수 없는 필자는 쉘퍼들이 로프를 묶어 끌고 당기며 부축하며 그야말로 처절하고 비참한 죽음의 행군을 시작한 지 2일만에야 간신히 마을에 도착, 헬기로 후송돼
살아날 수 있었으나 손발 동상으로 다시는 히말라야 같은 추운 곳은 갈 수 없게 됐고 그 후유증으로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
조단당한 대원들이 밤마다 꿈에 나타나 4년간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그후로는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그후 마나스루는 후배 허영호군이 등정했다.
한국산악초창기인 60년대 6번에 걸친 필자의 히말라야 도전은 오늘날 해마다 수백명의 한국 사나이들의 히말라야에 진출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는데 기여했다.
영국의 ‘에베리스트’ 등반대가 33년의 세월과 8번의 실패 끝에야 성공했으나 수많은 인명의 희생을 치루었고 독일 또한 그들의 숙원이었던 ‘낭가바르바트’를 오르기까지는 60년의 세월과 31명의 희생을 치루었다.
선진열강은 일찍이 미지의 세계에 도전, 희생을 무릅쓰고 그들의 목표를 성취시켜 오늘과 같은 강국을 이룩했다. 그들이 대영 극지 히말라야 혹은 아프리카를 탐험하고 서부를 개척할 당시, 우리도 그 대열에 끼였던들 식민지 시대와 남북분단 등 오늘과 같은 약소국의 서러움은 겪지 않았을 것이다.
’탐험과 모험’ 이는 인류의 역사를 발전시킨 원동력이었지 결코 헛된 희생과 낭비는 아니었다.어느새 산악운동을 시작한 지도 반세지가 지났다. 한국산악사상 최초의 원정대를 전쟁의 폐허로 우리가 참으로 어려운 때인 1960년부터 이끌기 시작, 그간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가 닿지 않았던 미지의 세계를 수십차례나 탐험했다. 이로써 우리 후대에게 미지에 대한 도전심과 패기와 용기, 그리고 개척정신을 심어주는데 전력을 다했다.
1970년에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고봉 ‘췌린히말’(해발 7,351m) 등정에 성공함으로써 국위선양은 물론 국내 산악운동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했고 필자의 탐험기는 한국 초등학교 교과서와 이곳 미국의 대학교과서의 교재로도 채택되었다.
특히 마나스루 등반 기록 영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외 탐험 영화로써 교육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아 그간 20 여년간 정부 각 부처와 군부대, 각 기업체 연수원, 학교 및 단체에서 교재로 사용했다.이미 3권의 서적을 발간했고 현재 한국산악 해외 진출사와 10권 연작의 ‘세계탐험과 모험’을 집필 중이다.
우리나라 실정으로 등산만큼 국민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운동은 없다.오늘날 한국은 세계적인 산악국가가 되었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등단으로 심신을 단련하고 있다. 국민의 체력은 바로 그 나라 국력의 원동력이다.
참으로 흐뭇하고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두 아우를 포함 16명의 부하대원을 잃고 홀로 돌아서야 했던 비운의 한 사나이에게는 여생을 고독하게 살아가야만 하는 슬픈 역사를 안겨주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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