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피랍됐던 푸에블로호 함장 부커의 장례식에서 한인들도 참석, 애도를 표시했다.
“한인사랑 남달랐는데…”
한인회 임원등 참석 고인의 업적 회고 애도
1968년 납북된 미국 첩보 함정 푸에블로호의 함장으로 11개월간 북한에서 포로생활을 했으며 샌디에고 한인사회와 친숙하게 지냈던 로이드 부커가 지난달 SD의 한 요양소에서 28일 별세, 평소 가깝게 지냈던 한인들이 애도를 표시하고 있다. 향년 76세.
미세수술(Micro Surgery)의 세계적 거봉 이선 박사는 “상당히 오랫동안 친구였는데 뜻하지 않은 부음에 매우 슬프다”며 “고아로 어렵게 자라 겸손하고 남에게 베풀 줄 알면서도 결단력 있는 거인”이라고 인물됨을 평가했다.
부커 전 함장은 이 박사가 설립한 머시병원 부설 미세연구소 이사로 이 박사와 친밀하게 지냈을 뿐 아니라 이 박사가 1970년대 미국 도서관 등에서 기증 받은 수십 톤의 의료서적과 기구를 한국에 보낼 때 해군 함정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을 줬다.
푸에블로호는 68년 1월23일 동해안의 북한 근해에서 북한 선박의 동향 파악과 통신 감청을 하던 중 어뢰정 등 북한 함정 4척에 의해 나포됐다. 이때 북한 함정의 공격으로 1명이 숨지고 부커를 포함 17명이 부상당한 후 68명이 포로로 잡혀갔다.
이 사건은 1812년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적대국에 처음 항복한 치욕적인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켰지만 당시 부커의 함포 사격자제 명령은 부하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사려 깊은 판단으로 평가받았으며 89년 전쟁포로 훈장을 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납치된 푸에블로호에 대해 이 박사는 “북한에서 관광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 선박을 북한이 미국에 돌려주면 상호 관계개선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며 “부커 함장이 떠났어도 과거 부하들이 계속 추진해 줬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나타냈다.
26대 SD 한인회(회장 임영상)는 2002년 성탄 파티에 부커를 초청, 감사패를 전달했다.
당시 임천빈 한인회 이사장은 “한국과 관계가 많은 부커 함장이 포로로 잡혀있던 동안 고문을 당하는 등 많은 고초를 받아 이를 위로하는 뜻에서 패를 전달했다”며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아 산소통을 메고 절뚝거리며 행사에 참석한 것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어렸을 때의 불우한 환경이 부커를 강하게 만들었다. 태어났을 때 입양아로 자랐고 양모가 사망하자 친척들이 돌아가면서 길렀으며 7~8세 때 쓰레기통을 뒤지며 굶주림을 해결하기도 했다.
그 후 아이다호의 가톨릭 고아원에 잠시 있던중 생의 전환기를 마련해 준 네브래스카 보이즈 타운에서 공부·스포츠에서 탁월한 실력을 나타내 네브래스카 대학을 졸업한 후 해군에 입대했다.
86년 북한에서 석방돼 크리스마스 날 SD 미라마 해군기지에서 그의 아내 로즈와 감격의 재회를 하는 장면이 신문지상에 보도돼 보는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73년 은퇴 후 피랍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담은 ‘마이 스토리-부커’를 출간했으며 TV에서 영화 ‘푸에블로’가 방영돼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30년 이상을 SD 파웨이에서 거주해온 부커는 고문 후유증과 폐기종, 석면증으로 앓아오면서 한때 수채화 등 미술에 푹 빠지기도 했다.
부커의 한국 방문을 추진했던 임 전 이사장은 “학교 동창인 이부영 국회의원에게 국회에서 정식으로 그를 초청할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당시 정권이 바뀌는 바람에 유야무야돼 안타까웠다”고 밝히고 “사후에라도 한국 정부가 그의 북한에서의 고초를 어떤 식으로든지 인정해 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의 장례식은 3일 정오 파웨이 소재 성미카엘 성당에서 열렸으며 한인회 임원 등 한인들도 참석, 애도를 표시했으며 오후 2시 포트 로스크랜스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유가족으로는 부인 로즈 여사와 아들 마크, 마이크 그리고 손자가 있다.
〈문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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